의협, 회원투표제 신설 정관개정 막히자 일반안건으로 '회원투표 방안' 상정
"회원투표, 대의원회 치명적"·"결과 따라 투쟁 접을 명분될 것" 지적 나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한 의료제도 및 투쟁에 관한 회원투표 기획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집행부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총에 의료제도 및 투쟁에 관한 회원투표 기획안을 일반 안건으로 상정한다.

당초 집행부는 정관 개정을 통한 회원투표 신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회원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대의원들이 있을뿐더러 대의원회와의 권한 충돌 등의 문제로 인해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이에 집행부는 정관 개정 대신 의료제도 및 투쟁에 관한 회원투표 기획안을 정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파업 등으로 인해 처벌을 받거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증명해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집행부 의도다.

이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여러 해석이 오가고 있다.

대의원회 견제를 위해 안건을 상정했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집행부가 투쟁과 관련한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의협 전직 임원 A씨는 “회원투표제는 분명히 대의원회 견제가 목적”이라며 “원 포인트 회원투표도 대의원회에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피력했다.

A씨는 “대의원들은 ‘파업을 결정할 때 대의원회를 거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회원투표 안건이 통과되면 대의원회가 파업을 주저할 때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의견을 직접 물어보겠다’고 강행할 수가 있다”면서 “결국 대의원회 패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좋아할 대의원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대의원 B씨는 “집행부가 회원투표 도입을 원하는 이유는 투쟁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안 지게 하려는 방안인 것 같다”면서 “(파업으로)법정에 간다고 했을 때 법원이 투표에 참여한 모든 의사를 처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업과 관련한)회원투표에서 반대가 많을 경우 집행부가 이를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챙길 수도 있다”면서 “회원투표는 집행부에 좋은 핑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 관계자 C씨도 “회원투표가 이뤄지면 집행부 입장에서는 회원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또 그 결과에 따라 투쟁을 접을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들이 최대집 회장을 선택한 이유는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는 강경 투쟁의 이미지”라며 “그러나 지금 회무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이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거는 저래서 안 되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제도 및 투쟁에 관한 회원투표 기획안 추진은 성공적인 투쟁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집행부가 투쟁에 관한 전권을 위임 받았지만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투쟁 동력 극대화를 위해 회원투표 기획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투쟁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회원투표가)집행부 책임 경감 목적은 절대 아니다”라며 “회원 투표를 한다고 해도 회장과 집행부는 충분히 책임을 지게 돼 있고 집행부 누구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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