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학회, 토론회 열고 인보사 효과 등에 쓴소리…"사태 해결 위해 공개 기구 마련" 제안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임상연구 및 허가 심사 과정이 부실해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는 지적이 학회에서 나왔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지난 16일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에서 '골관절염 세포치료제의 개발 현황과 개선 방향' 토론회를 열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보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의들은 인보사가 시판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기철 교수(류마티스학회 임상연구위원회 간사)는 인보사의 1~3상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유효성 평가변수가 그리 적절하지 않고, 효과도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지적했다.

국제골관절염학회(OARSI) 등 국제 학회는 골관절염 임상연구 시 치료반응 평가 기준으로 '관절통 혹은 신체기능의 유의한(50% 이상) 호전' 혹은 '관절통, 신체기능, 환자 전반상태 중 적어도 2개 이상에서 20% 이상 호전'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인보사 임상의 경우 무릎 기능성 및 활동성 평가(IKDC) 등 고전적인 평가 기준을 삼았으며, 효과 자체도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기철 교수는 "인보사 3상과 화이자·릴리의 타네주맙(골관절염 치료 신약) 2상의 위약 대비 관절통 변화를 비교하면, 타네주맙은 50점 이상 호전된 반면, 인보사는 20점대 감소를 보였다"며 "권고 기준을 넘기긴 했지만, 만족할 수준의 통증 감소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MRI 영상을 통한 관절구조 평가에선 인보사 투여 후 6개월 및 12개월 결과를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가천대 길병원 백한주 교수(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이사) 역시 "임상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이 데이터를 토대로 인보사가 시판 허가를 받기엔 부족함이 있어보인다"며 "판매 허가를 얻는 과정이 상당히 조급했고, 그로 인해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백 교수는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상반된 주장으로 기초연구의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연골세포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문제될 임상 논문들이 있는데, 현 상황은 기초연구의 진실성마저 흔들고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는 잘못 혼입된 신장유래세포(GP2-293, 이하 293세포)의 혼입 과정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초기 연구 단계에서 실수로 293세포가 혼입됐다고 주장한 반면, 식약처는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로는 293세포로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학회는 연구에 부족함이 있는 인보사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한 식약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주의대 서창희 교수(류마티스학회 이사)는 "식약처는 국민건강과 보건을 위해 회사가 제출한 자료가 정말 믿을만한지 제대로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다면, 이야기해서 제대로 된 데이터를 가져오도록 해야 했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마티스학회는 인보사 사태 해결을 위해 공개적인 기구 마련을 제안했다.

백한주 교수는 "관계 부처뿐만 아니라 학계 전문가 및 연구자, 환자들이 참여하는 공적 기구를 통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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