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센티스 대비 비열등성 입증, 비용도 저렴…국내 아바스틴 허초 규제 완화도 주목

황반변성 치료 신약이 대장암 치료제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바티스는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 후속작으로 '브롤루시주맙'을 준비 중인데, 그 경쟁자가 같은 황반변성 치료제인 바이엘의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이 아닌 로슈의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노바티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사의 신생혈관 노화 관련 황반변성(nAMD) 치료제 '브롤루시주맙'의 허가신청서를 접수하고 신속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지난 15일(현지시각) 전했다.

브롤루시주맙은 전세계 약 400개소에 등록된 1,800명 이상의 습식 노화 관련 황반변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2건의 임상 3상 HAWK 및 HARRIER 연구를 통해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브롤루시주맙 치료 48주차에 아일리아 대비 최대교정시력(Best-Corrected Visual Acuity, BCVA)에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노바티스는 올해 안 미국 내 발매를 기대하며 아일리아 대항마로서 브롤루시주맙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당 치료 분야에 확고한 경쟁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제품은 아일리아가 아닌 대장암 치료제인 아바스틴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습식 노화 관련 황반변성 치료 분야의 가장 큰 쟁점으로 아바스틴의 허과범위 초과 사용을 꼽고 있다.

2011년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노화 관련 황반변성 치료에서 루센티스와 아바스틴의 비열등성을 입증한 CATT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파장이 시작됐다.

국내 상황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에서도 루센티스와 아바스틴의 약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해당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안과 의료진의 아바스틴 허초 사용이 빈번해졌다.

참고로 아바스틴 1회 사용 분량 100ml를 분할 사용하면 루센티스 4회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치료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에서 루센티스 10ml의 보험상한가는 82만8,166원이다.

반면 아바스틴의 보험상한가는 100ml가 33만2,700원, 400ml가 108만1,700원이며 오프라벨 처방시 관행수가가 10만원대다.

오프라벨 처방수가까지 합산한다고 해도 루센티스와 아바스틴 약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이런 와중에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 아바스틴의 허초 처방을 완화하는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개원가에서도 아바스틴 처방이 가능해진다.

저렴한 약가에 따른 환자 접근성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에서는 아바스틴 사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분할 사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아바스틴의 분할 사용이 많아지자 아바스틴 처방 환자에서 연쇄상균 내안구염(Streptococcus endophthalmitis) 발생이 보고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미국 FDA는 재포장된 아바스틴의 유리체내주사(intravitreal injections)에 관한 안전성 경고를 발행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황반변성 환자에서 아바스틴 사용이 더욱 확대되기 전에 예측되는 안전성 문제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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