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임의비급여 진료행위는 위법한가③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의 제정으로 전국민이 보험에 강제가입하게 되었고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되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그 기틀을 확립하게 됐다. 건강보험제도는 사적인 진료계약을 사회보장제도로 보장해주는 것이며, 의료행위와 요양급여행위,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은 명백히 구분됨에도 이를 동일하게 보아 의료기관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약 3회에 걸쳐 법률 및 판례에 따를 때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고, 이 두가지를 동일시함에 따른 부작용들을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대법원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요양급여기준에 배치되기 때문에 예외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판시한 이래 민간보험회사들도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보험금이 지출된 것이 아닌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스크램블러 테라피)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맘모톰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일괄 공문까지 발송하여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현황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곧바로 민간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요양기관’과 ‘의료기관’, ‘요양급여’와 ‘의료행위’의 차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보험’이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목적도 다르고 적용범위도 다르다. 게다가 ‘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행위를 하기 위해 지정된 곳이며, 법률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 되었을 뿐,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의 성격은 분명히 구분된다. ([칼럼]의료기관과 요양기관, 의료행위와 요양급여는 무엇이 다른가)

민간보험이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로 인한 진료비를 부담하는 제도임에도 요양기관에 들이대는 요양급여기준이라는 잣대로 보험금 지급의 당부를 판단한다면 이는 보험 구매자들의 의도와 명확히 배치되는 것이다.

법원도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적용 평면을 구분하고 요양기관과 의료기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의료인이 개설했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속칭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아니고 요양급여비용도 지급받을 수 없기에, 이들이 수령한 요양급여비용은 전액이 사기죄의 범죄수익이라고 보는 것이 기존 대법원의 판례이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은 사무장병원이라 하더라도 면허를 갖춘 의사가 진료를 하고 그에 따라 민간보험인 자동차보험금이 지급된 것이라면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스스로를 사무장병원이라고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의료법에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은 지급할 수 없어도 의료기관으로의 성질은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보험회사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함으로서 자신들이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었고, 이것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라는 취지로 의료기관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보험금을 받은 사람은 환자(즉, 보험회사의 고객)인데 이들에게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었다고 반환청구를 한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의료기관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의료기관은 환자와 진료계약을 체결했을 뿐, 보험회사에 대한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에서 ‘요양기관’이 환자에게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그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의료기관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것이다.

의료기관은 보험회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나

그러자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하여 환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고, 환자가 반환청구에 나서지 않으므로 보험회사가 환자를 대신하여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한다고 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발생한다. 의료기관은 환자와 ‘진료계약’을 맺고 실제 진료를 시행한 후 진료비를 지급받은 것이다. 법률상 원인(진료계약)으로 인하여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보험회사가 대위할 채권도 없다. 요양기관과 의료기관이 구분되는 이상, 진료 내용이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더라도 진료계약이 사라지거나 진료행위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행되는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스크램블러 테라피)이나 맘모톰 관련 사례들에서 보험회사는 위와 같이 부당이득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과연 보험회사가 문제삼는 케이스의 환자도 같은 생각인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케이스를 가지고 보험회사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하고 있는지 아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만약, 진실로 부당이득이라면 환자가 의료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에 따라 환자, 보험회사 순으로 배상을 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보험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의료기관이 자진하여 환자에게 해당 진료비를 반환받아 가라고 한다면 보험회사도 소송을 할 명분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보험회사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의료기관이 보험금 상당의 금액을 반환하게 된다면 환자, 즉 보험회사의 고객들은 결과적으로 공짜 진료를 받게 된다. 의료기관은 최선의 진료를 하고 환자는 회복되었는데, 보험회사는 고객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보험금을 돌려받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진정 부당이득을 얻은 측은 누구일까.

보험가입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해야

문재인케어의 방향대로라면 실손보험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국민건강보험으로 모든 진료비 부담이 불가능한 이상, 국민건강보험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진료를, 실손보험으로는 가능한 최선의 진료를 받고자 하는 것이 2중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실손보험상품 구매자들의 진정한 의사일 것이다. 보험회사가 요양급여에 적용되는 임의비급여의 잣대를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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