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지역 늘린 2기 시범사업 5월 시행…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전공의 폭행 등 점검
양동호 2기 사업단장 "정부 제재·억압 휘둘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

자율규제권 확보를 위한 대한의사협회의 전문가평가제가 오는 5월부터 제2기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은 1기 때보다 적용 대상과 지역이 확대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본 사업 시행 여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의협은 지난 1월 16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의협 및 각 시도의사회, 정부 관계자들이 포함된 2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을 구성했다.

2기 추진단장은 광주광역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이 맡았으며, 의협에서는 전선룡 법제이사, 이세라 기획이사, 정성균 총무이사, 이승우 정책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등이 참여한다.

2기 시범사업 참여 지역은 1기에 참여했던 광주, 울산 이외에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전북 등이 추가됐으며, 시범사업 기간은 ‘본 사업 전’까지로 정해졌다.

2기 시범사업에 주목할 점은 참여 지역이 늘어난 것 이외에도 평가 대상이 확대된 부분이다.

1기 시범사업의 경우에도 의료인 품위손상행위 등이 포함됐지만 ‘진료 중 행위’로 그 대상이 한정되면서 눈에 띄는 실적이 나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기 시범사업에는 의사의 품위손상행위 의심사례(의료법 시행령 제32조제1항) 외에도 ▲의사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의료법 제8조) ▲무면허 의료행위-대리수술 등 ▲환자유인행위-사무장병원, 불법의료생협 등 ▲의료인의 직무와 연관된 비도덕적, 비윤리적 행위 ▲기타 전문가평가단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으로 평가 대상이 넓어졌다.

의료법 시행령은 규정된 의료인 품위 손상 행위로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비도덕적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광고 행위 ▲불필요한 검사·투약·수술 등 지나친 진료행위를 하거나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는 행위 ▲전공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환자 유인 행위 ▲약국 담합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번 시범사업에서 무면허의료행위와 의료인의 직무와 연관된 비도덕적(비윤리적) 진료 행위 근절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의협이 정한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면허의료행위 ▲의사의 윤리적·전문가적 가치를 훼손하는 무면허의료행위 ▲전공의 교육 및 의학발전을 저해하는 무면허의료행위 등 ‘근절해야 할 무면허의료행위 3대 원칙’을 토대로 ‘의사가 아닌 자에 의한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골수검사, 피부 및 조직절개, 봉합 등의 침습적 행위’를 우선 근절할 무면허의료행위로 정의했다.

또 아이디 위임을 통한 처방(환자에 대한 평가 없이 시행하는 처방 및 처치) 역시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 근절 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의사가 아닌 자에 의한 초음파의 경우에는 이견이 많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중간 평가에서 대상 포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의료인의 직무와 연관된 비도덕적(비윤리적) 진료 행위와 관련해선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진단서, 처방전, 증명서 등 부정 발급 ▲의사 회원간의 폭력행위(전공의 폭행) 등 ▲의료기관의 명칭 및 의료광고 금지규정 위반 등이 근절 대상이다.

한편 2기 시범사업 추진단장을 맡은 광주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 평가제는 의료계 숙원인 자율규제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전문가평가제를 두고 처음에는 ‘5호 담당제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실제 이 제도는 회원에게 자율성을 더 주고 보호하자는 게 그 취지”라며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이 더 이상 정부의 제재와 억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이어 “일부 회원들의 일탈로 전 회원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대응하면 전문가로서의 품위도 지킬 수 있고 정부로부터의 규제도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더 이상 무조건적인 제 식구 감싸기는 안 된다”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회원들을 우리가 먼저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양 회장은 의료광고 등으로 전문가평가제 대상이 확대되는 부분에 대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양 회장은 “‘거짓 또는 과대광고 행위’는 의료법 시행령에 의료인 품위 손상행위로 규정된 사안이기에 움직일 수가 없다”면서 “그동안 처벌을 안했든 국가가 직무를 유기했든 앞으로는 점점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광고에 대한 처분은 충분히 융통성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 “전문가평가제는 처벌이 아닌 의료계 자정이 목적이다. 목적한 바를 이루는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판단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전문가평가제와 관련해 의료계가 내린 처분을 최대한 존중해 그대로 받아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대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하는 한편, 사업 진행을 위한 재정 지원을 정부에 촉구했다.

양 회장은 “의료계도 빨리 자율규제권을 확보해야 전문가로서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환자에게 최선의 이행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회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관련해선 “1기 때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회 자체 예산으로 조달했지만 8개 시도로 늘어난 2기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의협도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1기 시범사업 때부터 한 재정 지원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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