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베믈리디' 교체투여 기준 개선 필요성에 국내외 전문가 공통된 의견 내비쳐

"최근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결과, B형간염 치료에 있어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TDF)에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르산염(TAF)으로의 전환이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다는 결과를 보였다."

B형간염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밀라노대학 마리오레 폴리클리니코 종합병원의 피에트로 람페르티코 교수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가 본지와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최근 국내에선 TDF에서 TAF로의 전환 후 보험급여 삭감 사례가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여서 특히 주목된다.

람페르티코 교수는 지난 4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2019년 유럽간학회(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 EASL) 연례학술대회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람페르티코 교수와 안상훈 교수에게 ▲TDF→TAF 전환 임상연구 및 국내외 실제 처방 경험 ▲B형간염 치료의 현재와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지난 4일 밀라노대학 마리오레 폴리클리니코 종합병원의 피에트로 람페르티코 교수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가 만나 B형간염 치료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이번 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에트로 람페르티코 교수(이하 람페르티코) : 한국은 B형간염 환자의 수가 많을 뿐 아니라 간 질환 전문의들이 지난 20년간 많은 연구를 해왔다는 측면에서 학술적으로 아주 중요한 나라다. 다제내성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한 안상훈 교수를 비롯해 한국의 많은 간 질환 전문의들이 내성 환자에서 많은 연구 실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B형간염 신약 관련 데이터와 한국 환자뿐 아니라 유럽 환자의 임상적 특징들이 발표되고 있어, 이에 대해 한국 의사들과 임상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고자 방문했다.

-유럽과 아시아는 B형간염 유병률이 다르지 않나.

람페르티코 : 유럽은 B형간염 감염자가 1,500만명 정도로 아시아보다 환자가 적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유럽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백신접종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소아 유병률은 매우 낮은 상태이고, 성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프리카, 동유럽, 중동 지역으로부터 서유럽으로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고 있는데, 이 중에는 B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평균 유병률이 0.8%라면, 이민자들의 유병률은 10배에 달하는 8%이기 때문에 이민자들로 인한 신규 감염이 높아 유럽 전체 유병률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B형간염 유병률은 어떤가.

안상훈 교수(이한 안) : 1980년대 이전 B형간염 유병률은 10% 이상이었다. 하지만 1983년 국내에 B형간염 백신이 처음 도입되고, 1991년에 신생아 예방접종, 1995년에 전국민 예방접종이 시행되며 유병률이 급격히 줄었다. 2008년도에는 3%대까지 낮아졌다. 지난 10년 동안은 더 이상 유병률이 감소하지 않고 3%대로 유지되고 있다.

B형간염 환자들이 과거에는 20~30대에서 많았다면 지금은 50~60대 고령층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유병률은 같지만 연령 분포는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B형간염 환자들의 치료 환경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람페르티코 : 안 교수도 언급했듯 환자 고령화로 인해 B형간염 환자들의 연령 중앙값이 60세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B형간염 초치료 환자들 중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B형간염 환자의 10% 이상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치료 이전에 이미 골 관련 문제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당뇨병 등 동반 질환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동반 질환이 다른 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대사성 간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즉 당뇨병, B형간염, 대사성 간질환까지 모두 동반한 환자들은 예후가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B형간염 치료제 선택 시 이런 동반 질환들을 고려해야 한다.

피에트로 람페르티코 교수

-이번 EASL 2019에서 TAF 전환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람페르티코 : TAF는 TDF를 좀 더 개선시킨 약물이다. TAF는 TDF와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동일하고 안전성은 개선된 제제라고 보면 된다.

2주 전 EASL에서 발표한 연구는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 방식으로 진행됐던 3상 허가 임상이었는데, 기존에 이미 TDF로 수년째 치료를 받았고 그로 인해 HBV DNA 수치(RT- PCR) 음성이 달성되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TDF 치료를 유지하는 경우와 TAF로 전환한 경우를 비교 평가한 연구다.

실제 진료 환경과 관련성은 더 높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의 90% 정도는 이미 TDF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군에서는 치료를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치료를 어떻게 잘 이어나가는지가 중요하다. 해당 연구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TAF로 전환하더라도 신장과 골 관련 안전성은 우수하고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기존의 TDF와 동일하다는 대규모 근거를 최초로 보여준 연구로서 큰 의미가 있다. TDF에서 TAF로의 전환이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TAF가 TDF 대비 신기능이나 골밀도 저하에 있어 안전성이 뛰어난 점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에서도 TAF로 전환할 이유가 있나.

람페르티코 : 당뇨병 환자들은 신장 합병증 위험이 높다. 치료 시작 시점에는 신장 문제가 없더라도 추후 발생 가능성이 높다. 고혈압 환자들에게 있어서도 신장 문제는 떼어놓을 수 없는 숙제다. 이렇게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들은 신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애당초 높은 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2017년 EASL 가이드라인은 치료 시작 시점에서 환자 상태와 상관없이 ▲신기능·골대사 관련 문제나 합병증을 갖고 있거나 ▲고령이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의 동반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TAF 또는 엔테카비어(ETV)를 권고하고 있다.

안상훈 교수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고위험군에 대해서 전환을 권고하고 있나.

안 : 국내 가이드라인 역시 60세 이상 고령이거나, 신기능 혹은 골대사 관련 문제가 있으면 약제를 변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약제를 변경하는데 있어서 보험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로 고령 환자는 약제를 변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1일자로 공개된 심평원 기준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진행이 되는 환자, eGFR 60 미만인 환자의 경우 TDF에서 TAF로 약제 변경이 가능한데, 신기능이나 골밀도 감소가 많이 진행되지 않으면 약제 변경을 허용하지 않고, 고령 환자는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간학회와 아태간학회에서 발표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은 TDF를 장기간 썼을 때 신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학회에도 보고가 된 상황으로 고령 환자에서 교체 투여가 필요하지만 심평원 기준은 미진하다.

내 환자들 중에서도 실제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인한 신기능 감소가 아닌 아데포비어(ADV)나 TDF를 오랫동안 쓴 환자들이 신기능이 서서히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보험이 안 되더라도 약을 바꾸면 신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TAF로 전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골다공증이나 신기능 저하가 심각하게 진행된 후에야 교체가 가능하도록 한 심평원의 보험 기준은 가혹하다. 때문에 보험급여 기준을 완화시켜 골밀도 감소가 있거나 신기능이 약간이라도 떨어지고 있거나, 고령인 경우에는 의사의 재량껏 처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람페르티코 : 안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용효과성만 놓고 봐도, 사전 예방은 필요하다. eGFR이 60까지 떨어지는 등 신기능 저하가 진행되고 골다공증이 생길 때가지 기다렸다가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선제적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의 eGFR이 이미 80에서 70으로 떨어졌는데 굳이 60으로 더 나빠져야만 TAF를 허용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접근이다. 골다공증까지 심해진 다음에 회복을 시도하면 조기에 조치하는 것에 비해서 회복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eGFR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지 특정한 약을 쓰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환자가 이미 고령이거나 당뇨병이 있을 수도 있다. 골다공증 역시 폐경, 여성이라는 젠더, 연령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니 적어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조치를 취해주자는 것이다. TDF를 TAF로 바꿨을 때 골괴사라던지 신장기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바꿔주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TAF로 스위칭한 환자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람페르티코 : 2년 전 병원에 찾아온 여성 환자가 기억난다. 내원 당시 고령, 중증 간경변, 판코니 증후군, 세뇨관 장애 등을 앓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이전에 라미부딘을 사용했던 상황이었고,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인 점을 고려해 ETV를 사용했다. 이후 ETV에 내성이 생겨 TDF를 사용했고, 항바이러스 효과는 좋았지만 신기능이 감소했다. 나중에는 TDF 용량 감소에도 불구 신기능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다시 ETV로 바꾸었으나 곧 다제내성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던 중 TAF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TAF 사용 이후 환자에서 HBV DNA가 급격하게 내려갔으며, 다제내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TAF 단독요법을 통해 eGFR 수치 개선과 동시에 세뇨관 문제도 해결됐다.

이 환자는 현재까지 거의 3년째 TAF 치료를 잘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TAF를 사용한 이래 경험한 가장 강력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형간염 치료 환경에 있어서 더 개선돼야 부분이 있다면.

람페르티코 :현재 바이러스의 복제를 컨트롤하고 중단시키는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들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질환 자체는 성공적으로 컨트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독요법만 진행해도 바이러스 DNA 억제나 조직학적인 개선 등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암 발생률도 50% 가까이 떨어뜨리는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치료가 장기적으로 평생 이뤄져야 하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니 비용, 내성, 안전성 문제 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바이러스 억제에 만족할 게 아니라 완치를 통해 치료를 종료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크다.

기능적 완치, 즉 B형간염의 표면항원을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시켜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지금 유망한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고 2~3년 후에는 좀 더 확실한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치료제를 쓰든, 기존 치료제의 병합요법이든 기능적 완치에 도달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안 : 람페르티코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B형간염 자체는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완치가 이슈가 될 것이다.

완치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당장에 이루어질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좀 더 정확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약제 시작과 중단, 간암이나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질환 예후에 대한 예측,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개발 등 적절한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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