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잘하고 있다” vs 권순만 교수 “목표는 담대한데 정책 변화는 미세, 효과 의문”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열린 보건복지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담은 문재인 케어에 대해 국책 연국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민간 전문가의 평가가 엇갈려 주목된다.

보사연에서는 문재인 케어 등 정부 보건의료정책이 계획대로 잘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목표는 담대하지만 실제 정책 추진은 미세조정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보사연 ‘문케어 평가’ GOOD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행정학회, 한국사회복지학회는 16일 오후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정부2주년 보건복지정책의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연구위원(좌),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 2년, 보건정책의 진단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보사연 강희정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보건정책을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는 과제와 추가 검토와 노력이 필요한 과제로 나눠 평가했으며, 이에 따른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는 과제로는 ▲문재인 케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예방중심 건강관리 지원 등을 꼽았다.

우선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서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 ▲3대 비급여 부담 해소 ▲가계부담 대폭 강화 ▲저출산 대책에 따른 임산부, 아동 의료비 경감 추진 등 주요 계획을 우수하게 집행했다고 평가했다.

강 연구원은 “(문재인 케어는 정부의) 어떤 과제보다 세부과제가 일정대로 집행됐으며, 그것은 예산이 잘 집행됐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앞으로 나올 성과를 봐야겠지만 추진계획 집행에서 우수한 과제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문재인 케어를) 아직 결과로 직접 평가할 순 없지만 여러 지표를 통한 간접 평가가 가능하다”며 “재난적 의료비 발생가구 비율, 균등화가구소득 5분위별 재난적의료비부담가구 비율 감소 등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전국민 중 약 25%의 보험료가 변경된 정책이지만 (정책 시행 후) 민원이 크게 증가하거나 징수율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 준비와 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정책이라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연구원은 문재인 케어 추진과 관련해 ▲공사 의료보험 연계관리 ▲비급여 증가 통제 ▲비용인식 제고를 통한 과이용 통제 등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신건강증진체계 강화 등은 미흡

반면 강 연구원은 ▲정신건강증진체계 ▲의료 공공성 확보 ▲환자중심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혁신과 보건산업 육성 등은 추가 검토와 노력이 필요한 과제로,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정신건강증친체계 강화와 관련해 “정책의 효과적 집행을 위한 적극적 재정 투자가 필요하며 수요자 중심 통합정신건강서비스 모델 확산이 필요하다”면서 “포괄적 예산 지원으로 시범사업 평가에서 우수 모델로 확인된 광주 통합정신건강시범사업 모델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공공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민간의료기관 참여를 통한 공공의료 책임성 강화는 총론적 합의와 달리 실제 각론의 적용에서 이해관계자 간, 관계 부처 간 이해와 설득을 통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는 ▲적정보상과 연계한 종별 기능 정립과 ▲지역사회기반 일차의료 만성질환 통합사업 활성화, 의료 혁신과 관련해서는 ▲공익적 가치를 기반으로 혁신적 서비스 제공 모델과 지불보상 연계 활성화와 ▲혁신기술 도입과 연계한 환자등록 및 안전관리 플랫폼 운영, 보건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연구중심병원의 중개·임상연구 확대와 성과 공유 플랫폼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이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결과 중심 성과관리체계 구축 ▲가치기반 지불제도 확대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혁신 ▲국가 이료자원 정책 수립 등을 앞으로의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국가 의료자원 정책 수립과 관련해서는 병상 및 시설, 의료인력 등 의료자원의 양적·질적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건의료자원 관리 전담기구 및 정책심의기구 운영과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치기반 지불제도 확대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혁신을 위해서는 종합병원·재활의료기관·요양병원·전문병원·호스피스 등 의료기관 기능별로 ‘선택·경쟁·소비자 주도 지출’을 유도할 수 있는 지불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질병단위로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결합하는 신포괄수가제도와 치료기간에 발생한 의료비 총합과 관계없이 사전에 결정된 정액을 지급하는 번들링 지불 방식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의 최적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케어 후 상급종합병원 쏠림, 엇갈린 시선

강 연구원은 또한 문재인 케어 추진과 관련한 부정적 영향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심화 가능성을 꼽았다.

이와 관련 강 연구원은 “문재인 케어 등을 추진하면서 의료전달체계 효율화 등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문재인 케어 추진 속도 등과 비교해)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며 “상급종합병원 쏠림 심화 조짐은 의료비 과이용, 과지출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보여준다. 문재인 케어를 잘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적절한 의료전달체계와 연계되지 않은 보장성 강화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심화로 이어져,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간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패널로 참석한 한국보건행정학회 정형선 회장(연세데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은 “모든 정책은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면 우선순위를 봐야 한다”며 “보장성 강화와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비교했을 때 보장성 강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은 보장성 강화 이전부터 이미 있었던 것이다. 환자들은 비용 외에도 여러 문제로 상급종합병원을 못가고 있을 뿐”이라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우려가 있더라도 보장성 강화는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자 설득만 애쓰는 ‘문재인 케어’ 효과 못낼 것

국책연구기관인 보사연이 문재인 케어 등을 비교적 긍정 평가한 것과 달리 민간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문재인 케어 효과에 의구심을 보였다.

권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는 지난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목표를 좀 더 담대하게 잡았다는 것인데, 실제 정책 추진을 보면 큰 변화가 아닌 미세조정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담대한 목표를 추진하려면 재정 확충이 우선시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는 보험료 인상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고 조세지원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정말 담대한 목표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금처럼 하면 건보재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공급체계 비효율성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며 “하지만 이 정부는 지불제도 개편 등에 대한 정책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미세조정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영리화에 대한 지나친 우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을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 제주도에 영리병원 하나 생긴다고 큰 문제는 없다”며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혁신,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모든 보건의료정책을 영리화라는 이름으로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나치게 규범적이다. 이런 정책 추진은 공급자 중심 사고를 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며 “소비자 중심, 환자중심, 환자 선택권 강화 등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혁신과 효율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 외 ▲주치의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점 ▲의사인력 부족에도 의사 수 확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점 등을 공급자 중심 사고의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종합하면 이번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공급자 설득에는 공을 들이면서 국민 참여는 별로 없다. 이런 친 공급자적 정책 추진과 정책 미세조정으로는 보장성 강화와 관련한 담대한 목표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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