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경기도 논평 재반박…“의료현실 전혀 모르는 관료‧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반인권적 법안”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과 관련해 경기도와 봉직의들이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을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평하자 경기도가 이를 억지주장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병의협은 의료현장을 모르는 주장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법안”이라며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리수술 예방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게 병의협의 생각이다.

병의협은 “의료계가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 침해 문제와 함께 의사를 비롯한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라며 “CCTV를 설치해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대리수술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병의협의 주장이 억지라고 평했다.

경기도는 “병의협의 주장은 수술실 CCTV 설치의 취지를 왜곡하고 본질을 가리고 있다”면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병의협의 주장은 ‘침소봉대’식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경기도는 “도는 수술실 CCTV촬영 영상의 유출 방지를 위해 보안관리 규정을 마련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보안 규정 등을 완비했으며 경기도의료원 본부와 산하 6개 병원의 ‘2중 관리체계’를 통해 보안책임자가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고정된 각도에서 수술실 전경을 촬영하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채 수술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술포로 덮고 있는 환자의 신체를 얼마나 노출시킬지,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수술보조 인력과 청소인력 등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인권을 침해당한다’는 병의협의 주장 역시 근거 없는 부풀리기에 불과하다”면서 “인적 드문 골목길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그 동네 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됐다고 해서 의사나 간호사 등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울러 “수술실 CCTV는 24시간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촬영에 동의할 경우 수술이 진행되는 시간에 한해서만 촬영된다”면서 “수술 외에는 촬영되지 않는 CCTV가 수술실 안의 다양한 사람들을 감시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무자격자가 수술을 하는 행위,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성범죄, 사고 발생 시 조직적 은폐 가능성 등을 원천 방지함으로써 정보에 있어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장치”라며 “병의협은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환자들의 입장에서 수술실 CCTV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술실 CCTV 촬영 화면(사진제공: 경기도)

그러자 병의협은 23일 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실효성 없는 반인권적 법안이며, 의료 왜곡과 질 저하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경기도 논평을 자세히 보면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의료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억지 주장을 펼치려고 하다 보니 논리적으로 상충되는 주장을 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경기도는 논평에서 ‘고정된 각도에서 수술실 전경을 촬영하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채 수술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술포로 덮고 있는 환자의 신체를 얼마나 노출시킬지,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는데 이는 수술실 CCTV가 정밀한 수준으로 환자의 신체와 수술과정을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논평 다른 부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무자격자가 수술을 하는 행위,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성범죄, 사고 발생 시 조직적 은폐 가능성 등을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경기도는 상충되는 주장을 하면서도 이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경기도가 보안규정을 만들고 보안책임자를 정하는 등 영상자료 보안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제대로 된 대책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실제로 병원에는 환자의 의무기록이나 영상학적 검사 등 유출에 대비해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자료들이 많고, 이에 대한 보안 규정도 있으며 보안책임자도 물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병원에서 보안 사고는 일어나고 있으며, 병원보다 훨씬 보안이 철저한 금융기관들이나 국가기관들도 해킹 등에 의해서 보안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의료원장은 최근 한 언론에 출연해 간호사가 옆에서 수술을 도와준다고 말하며 수술실 PA를 운용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게 불법인지도 모르는 황당한 모습도 보여줬다”면서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먼저 주장할 게 아니라 도내 의료원들에서 자행되는 불법 PA 의료행위 단속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대리수술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일부 정치인들과 일부 단체들이 만들어낸 실효성 없고 반인권적이면서도, 의료의 왜곡과 질 저하 문제까지 발생시킬 수 있는 제도란 게 병의협의 주장이다.

이에 병의협은 “이러한 문제투성이 정책을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과 공동 발의자에 이름 올린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그리고 진정으로 환자의 인권과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단체들인지 의심스러운 일부 환자 단체들은 수술실 CCTV 의무화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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