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이재관 교수 “허용 임신 주수, 낙태 시술 교육 등 진지한 논의 필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일치 결정으로 오는 2021년부터 낙태(인공임신중절)가 합법화되지만 아직 관련 제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낙태 허용 임신 주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물론 낙태를 원하지 않는 의사에게 진료 거부권 부여, 낙태 시술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려의대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는 대한의학회 E-NEWSLETTER(뉴스레터) 최근호에 기고한 ‘낙태죄 헌법불일치 의료현장 이슈’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모자보건법은 유전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모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낙태가 허용되게 되면 24주라는 기준을 당겨야 할 것인데 임신 몇 주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헌재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임신 주수가 길수록 후유증과 사망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대체로 1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독일에서는 임신 12주 이전에 대해서만 낙태를 허용한다”며 “여성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기간을 8주 이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 미국 일부에서는 6주부터는 태아의 심박동을 확인할 수 있기에 6주 이전에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낙태 건강보험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낙태까지 건강보험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으면 무분별한 낙태가 이뤄질 것이고 낙태 주수 기준이나 절차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급여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급여가 되지 않으면 저소득층이나 청소년은 오히려 위험에 내몰릴 수 있기에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에 대해 유산 유도 약물 합법화 논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낙태 시술 거부권 부여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 교수는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개인적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의사가 거부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며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한 여성과 태아 건강을 최우선으로 지키라는 소임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사람이기에 (낙태를)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로 당연시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일부 산부인과 의사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낙태 시술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의과대학 필수 교육으로 넣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산부인과 전공의 교육과정에 필수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지난 수십년간 낙태는 불법이었기에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신 치료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지정된 공공병원에서만 숙련된 전문의에 의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어 “낙태 합법화로 인해 낙태가 강요되고 남발하게 된다면 이것은 결국 여성 인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므로 낙태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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