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오창 1공장 긴급 약사감시…무균 공정 등 품질관리 전반 조사
"제기된 의혹 사실이라면 심각한 GMP 위반"…메디톡스, 제보가 거짓

메디톡스에 대한 의약품 제조 및 픔질관리기준(GMP) 위반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주목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생산 과정에 필요한 동결건조기 멸균작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도 실제 무균을 한 것처럼 차트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이어 불량품 생산율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상 제품의 제조번호를 불량품 제조번호로 교체하고, 실험용 원액을 판매용 제품에 쓰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신고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MP 위반 의혹 제기된 메디톡스의 오창1공장에 대해 지난 23일 긴급 약사감시를 시행했다. 해당 공장에서 무균 공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품질관리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인 메디톡스 전 직원은 "생물학적제제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는 동결건조를 포함한 생산공정이 완전히 무균상태에서 진행돼야 함에도 이 조치를 하지 않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멸균처리한 것처럼 차트를 조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메디톡스가 이같은 행위를 한 이유로 생산규모를 늘렸지만 공장 규모에 한계가 있어 멸균설비를 증설할만한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생산규모를 2,500바이알에서 두 배로 늘리면서 동결건조기를 큰 것으로 교체했지만, 스팀발생제조장치는 공간 부족으로 용량을 확대하지 못해 전체 멸균이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멸균 방법을 변경했지만, 제품 역가가 낮아져 제대로 멸균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또 2017년 3공장을 준공하면서 문제가 해소됐지만, 10여년간 무균되지 않은 제품이 생산돼 판매됐고, 지금도 1공장을 가동하면서 여전히 일부 제품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식약처는 메디톡스에 서면 자료를 요구한 데 이어 23일 긴급 약사감시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23일 식약처와 대전시방식약청 조사관들이 오창1공장 약사감시를 나간 것이 맞다"면서 "이전에 서면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 실사를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이번 약사감시는 GMP 무균 공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품질관리 확인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권익위에 메디톡스의 또다른 GMP 위반 의혹이 신고됐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제조 과정에서 불량품 생산율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상 제품의 제조번호를 불량품 제조번호로 교체하고, 실험용 원액을 판매용 제품에 써왔다는 제보였다.

이를 보도한 뉴스1에 따르면 2006년 3월 식약처로부터 메디톡신 시판허가를 받고 같은 해 7월 국가검정을 앞두고 있던 메디톡스는 국검 통과를 위해 불량률이 높은 배치를 폐기하고 대신 그 제조번호를 정상 제품의 제조번호로 대체했다. 이른바 '번호 갈이' 방식으로 불량품 생산율을 줄였다는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GMP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품질관리 담당 연구원은 "불량품 생산율이 높다는 건 제품 품질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으로, 제조 공정이 안정화되어있지 않아 문제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며 "그런데 불량품 생산 번호를 삭제하고 교체하는 것은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 위반에 해당하는 매우 심각한 이슈다. GMP 인증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연구원도 "실험용 원액은 말 그대로 제조 공정과 다르게 공정 개선이나 가혹 조건 확인 등 실험을 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험 목적에 따라 실험용 원액을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완제품의 판매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 역시 "실험용 원액은 안전성, 유효성, 안정성 등이 식약처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원료이기 때문에 설령 QC 실험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 하더라도 판매용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GMP 위반 행위를 언제까지 지속했느냐다.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약사법 제53조에 따라 배치마다 제품 출하 전 국검을 받아야 하고, 불량품 생산율, 즉 일탈이 높으면 3년마다 이뤄지는 식약처 GMP 정기 실사 시 제조 공정 및 품질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메디톡스의 번호 갈이 등 일련의 행위들이 실제로 2006년 이뤄졌다면, 이후에도 국검이나 정기 실사에서 지적받지 않기 위해 위반 행위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제보 자체가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제보자가 권익위에 신고까지 하면서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고, 제기된 의혹 수준이 의약품 허가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GMP는 신뢰가 바탕이 되는 시스템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거짓 보고가 있었다면 다른 것도 속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되므로 실제로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얼마나 위반이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간이 광범위하고 아직 권익위로부터 제보자의 자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파악에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GMP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위반 내용과 기간에 따라 제조·판매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만약 결함이 있는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면 회수 조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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