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수가협상단, 새벽 5시까지 재정운영소위 설득…“보장성 강화 위해 필요” 강조

2020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드)을 결정하는 가입자단체와의 싸움이었다.

법적 수가협상 기한 마지막 날인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급자단체보다는 가입자단체를 설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가입자단체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 증액에 부정적이어서 이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재정운영소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녹색소비자연대, 한국농촌지도자중앙회 등이 가입자 대표로 참여한다.

재정운영소위는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등으로 인한 재정 악화를 우려, 추가소요재정 증액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이 이날 의협에 처음 제시한 수가인상률이 1.3%이고, 병협은 1%에도 못 미쳤을 만큼 추가소요재정은 낮았다. 때문에 공급자단체에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책임을 왜 공급자 져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공급자단체 입장에서는 보장성 강화가 이번 수가협상에 ‘독’으로 작용했다고 느낀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지난 1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이날 마무리된 2020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1일 새벽 5시까지 재정운영소위 설득한 공단

본격적인 협상은 이날 오후 8시에 열린 재정운영소위에서 추가소요재정을 증액한 뒤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재정운영소위 회의 이후에도 수가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재정운영소위 회의 이후 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단체별로 5분도 되지 않아 협상장을 나왔다. 공급자단체들은 이번에도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추가소요재정이 예년보다도 적게 확보됐다는 의미였다.

공단 수가협상단은 이후 재정운영소위 설득에 집중했다. 31일 오후 11시 40분쯤 재정운영소위로 이동한 공단 수가협상단은 자정을 넘겨 1일 오전 1시에야 수가협상장으로 돌아왔다.

이후 2차례 정도 공급자단체와 협상을 진행한 공단 수가협상단은 오전 3시 50분경 다시 재정운영소위를 찾았다. 이후 한 시간 정도 추가소요재정 증액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공급자단체와의 수가협상은 오전 5시가 넘어서야 재개됐다.

그리고 오전 5시 45분경 대한병원협회를 시작으로 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연이어 수가인상률에 합의했다. 가장 늦게까지 협상을 진행했던 대한의사협회는 끝내 결렬을 선언했다.

특히 공급자단체들은 원활한 협상을 위해 재정운영위를 설득한 공단의 노력을 인정했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나온 의협 수가협상단장인 이필수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도 “처음부터 낮은 추가소요재정으로 (협상을) 시작했고 공단이 노력해서 어느 정도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재구성

5천억대라던 추가소요재정 1조478억까지 증액

공단 수가협상단이 최종적으로 확보한 추가소요재정은 720억원 증가한 1조478억원이었다. 재정운영소위가 처음 제시한 추가소요재정이 5,000억원대로 알려지면서 올해도 1조원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단 수가협상단은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공급자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며 이번 수가 협상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정운영위를 설득했다.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재정운영위 회의에 참석해 “공단은 정부와 함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에 오늘 진행되는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당 단가) 인상분에 대한 협상 결과가 미치는 향후 정치적, 사회적 불안요인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이사는 지난 1일 협상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간 격차가 컸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밤을 새우면서 재정운영소위 위원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했고 최종 추가소요재정(1조478억원)을 갖고 공급자단체들과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가입자-공급자 간극 좁혀 보장성 강화 정책 지속 수행”

강 이사는 특히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간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2020년도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강 이사는 2일 이번 수가협상의 의미에 대해 “양면 협상 과정에서 보험자가 가입자-공급자 모두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1조원 이상의 진전된 재정투입을 바탕으로 상호 간극의 차이를 좁힐 수 있었던 점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보장성 강화 정책의 지속적 수행을 저해하는 가입자의 불안을 완화하고 공급자의 지속적 협조를 담보하는 수준에서의 협상 타결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협상이 결렬된 의협에 대해 “가입자들의 불신과 감정의 골이 깊어 상호 간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정부-공단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도를 높이고 향후 의정 간 협조의 여지를 남겨 발전적 관계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강 이사는 이어 “이번 협상 과정은 국민들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지속 가능한 지원을 바탕으로, 공단도 정책수행의 한 축으로 그 역할을 엄중히 수행할 명분을 부여받은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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