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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가체계 개편 반대하는 의료계, 이유는?…“심평원 못 믿겠다”

기사승인 2019.06.10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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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보험의학회 학술대회서 비판 쏟아내…“논의 참여해 개편 주도해야” 의견도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 “현 상태 유지가 낫다면 그동안 헛짓한 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은 ‘불신’으로 귀결된다. 한마디로 정부와 심평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지난 9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개최한 제18차 정기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결론은 ‘믿지 못하겠다’였다.

심평원은 건별 심사에서 의학적 근거 중심의 분석심사(경향심사)로 바꾸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심사결정 구조도 개방·참여형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심평원 이영아 심사기획실장은 이날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이 실장은 전문가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 Review Committee, SRC)를 기반으로 한 전문가심사제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문심사위원 대부분이 대학병원 소속이어서 개원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지역에 있는 임상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겠다. 사회적 협의체도 운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또 “의약분업 이야기를 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많아지면 갑자기 삭감이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하는데 앞으로는 예측되지 않는 심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심사조정이 줄면 보험재정은 어떻게 하느냐는 염려가 있는데 심사조정이 줄어도 질 향상과 기관 단위 효율성 개선을 이뤄나갈 것이다. 심사조정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학적 근거 중심의 분석심사를 강조하면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1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있던 ‘요양급여는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난해 12월 31일 삭제했다고도 했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지난 9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개최한 제18차 정기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못 믿겠다”는 개원가…병협은 일단 지켜보겠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개원가에서는 “못 믿겠다”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올 정도였다. 급여기준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심사평가체계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에 저수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신창록 보험정책단장은 “새로운 심사체계개편은 자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존 심평원 평가위원 위주가 아닌 지역에서 선발해 모인 위원들이 PRC, SRC를 구성해 자율적인 관리를 한다는 것인데 의료계는 왜 반대하는 것인가”라며 “결국은 못 믿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만들어도 의료계는 못 믿겠다고 한다. 반드시 의료계와 신뢰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개원내과의사회 김기범 보험이사는 “급여기준이 변경되고 건별심사가 없어져야 진정한 자율”이라며 “심사체계 개편 우선 과제로 저수가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비용 대비 질 효과를 평가하려면 수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보험부회장은 “건별 심사보다 복잡해진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분석심사로 인한 심사 지체가 심해지면 결국 계량화를 통해 사안별 심사가 아니라 금액 심사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며 “지난 19년간 심평원에 당한 경험에 의해 이번에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의사들의 불신을 해소하려면 지금의 제도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보험의학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새로운 심사체계 개편안에서도 의학 교과서에서 권고된 사항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허가사항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필수점검이라 칭하는 전산심사에서 걸러지게 돼 처방을 제한한다”며 “실제로 심사체계를 의학적 근거 중심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면 이렇게 불합리한 부분을 과감히 고치며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점 재검토를 다시 한번 요구했다. 그래야 의협 대의원회 등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의협 연준흠 보험이사는 “올해 반드시 시행한다고 할 정도로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기우가 생긴다”며 “믿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 의료계에 불리한 제도가 아닐까. 그래서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속도를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 이사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은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협 보험위원이 74명이다. 이 위원회에서 현재와 같은 경향 심사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결정을 내렸다. 의협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도 심사평가체계 개편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향 심사는 안된다고 했다”며 “의협 입장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의협은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건의했다. 의협, 의학회 등이 다 들어와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 달라고 해야 대의원을 설득하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일단 심사평가체계 개편 논의에 참여한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병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반대 의견을 보면 ‘그동안 심평원이 너무 했으니 쌀로 밥을 짓는다고 해도 못 믿겠다, 기존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는 더 옥죄는 제도가 나올 것’이라는 말로 요약된다”며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정해지지 않았다. 의료계가 참여해서 정할 수 있다. 참여해서 의료계가 주도하는 개편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공회전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현재 심사평가체계에 만족하지 못하지 않느냐. 엄청난 불만을 듣고 있다”며 “급여기준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심평원과 얘기해서 고시를 바꿔야 한다. 불만이 있거나 개편할 게 많다면 더욱 더 자주 회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병협은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에 들어가 있다. 합심해서 구조를 바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선 들어가서 도움이 될지, 족쇄가 될지 판단해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하겠다”고 했다.

허탈한 복지부 “그동안 헛짓했나”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예상했던 현상”이라면서도 허탈해했다. 이 과장은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위해 지난 1년간 해온 노력이 ‘헛짓’이 돼 버린 느낌이라고까지 했다.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

이 과장이 말한 ‘헛짓’은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요양급여기준에서 비용효과성 조항을 삭제하고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심평원 경영평가 성과지표에서 심사물량 총량 관련 지표를 삭제한 일이다.

이 과장은 “시민단체가 반대했지만 요양급여기준 관련 규칙에서 비용효과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심평원 경영평가 성과지표 중 심사물량 총량과 관련된 지표가 있었는데 올해 직접 기획재정부를 만나 최종 삭제했다. 기재부는 반대했다”며 “시민단체와 기재부는 문제가 되는 비용을 조정해 삭감 액수를 높이는 게 심평원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난해 5월 심사평가체계 개편TF 팀장을 맡으면서 1년간 논의해 왔다. 소감을 말하자면 변화보다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비용효과 조항을 삭제한 것과 심사물량 총량 관련 성과지표를 삭제한 건 헛짓이 돼 버린다. 1년 동안 느낀 바가 그렇다”고 했다.

이 과장은 “시민단체와 기재부가 반대하는데도, 헛짓을 하면서 (비용효과 조항과 심사물량 총량 지표를) 없애려고 했던 이유를 생각해 이해해 달라”며 “경영평가에 심사물량 총량 관련 지표를 다시 넣어 달라고 하면 기재부는 좋아할 것이다. 제도를 다시 돌리는 게 변화시키는 것보다 쉽다, 앞으로 나가는 게 어렵지 돌리는 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이어 “심사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현 심사체계를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 심사 일관성과 합리적인 심사가 현재 물량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유지하자고 하면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가장 먼저 의협과 논의를 시작했고 요구사항으로 전달한 30개 항목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더니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했다”며 “기존 문제를 협의하려고 했더니 대화 채널을 단절시켜 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답답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심사체계 개편 논의에 다른 주제들이 섞여 있다. 수가를 얘기하고 식약처 허가사항, 자동차보험을 얘기한다. 심사체계 개편에서 논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고도 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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