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취임식 열려…김연수 원장 “미래위원회‧의료발전위원회 구성해 앞으로의 변화 준비”

서울대병원 김연수 원장이 ‘공유와 협력’을 핵심가치로 내세우며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2일 임상 제1강의실에서 서울대병원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김연수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출산율 저하 등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의료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정보 또한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첨단 의료서비스와 접목돼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러한 기술 진보의 활용은 우리의 발전과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 또한 중요하다. ‘환자의 아픔을 먼저 공감하는 병원’, ‘참여와 논의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병원’, ‘의학지식과 전문의료기술을 확대하고 공유하는 병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에 교직원 여러분들과 함께 이러한 지혜를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법인화 40년의 지난 성과를 넘어 새로운 40년의 역사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원장은 “우리병원이 국가중앙병원이자 4차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교육·연구·진료·정책·공공의료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 미래위원회와 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앞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 의료인 양성은 우리병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미래지향적인재의 발굴과 양성, 전국단위의 교육체계구축, 전인적인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의 개설과 연속성의 유지는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의학연구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은 연구역량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병원과 대학의 융·복합 협력연구를 통해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시흥 배곧캠퍼스에 만들고자 하는 서울대병원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의료가 어우러진 도시공동체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또 시대적 요구에 맞춰 서울대병원의 기능과 역량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원장은 “유인과 경쟁의 진료에서 벗어나 중증 희귀질환, 난치성 치료중심의 4차병원 역할을 수행하며 의료전달체계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면서 “본원, 분당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재편해 예방, 치료, 사회로의 복귀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의료의 중심에 서울대병원이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정책을 지원하고 수행을 위한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면서 “국립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재활원, 암센터 등 국립의료기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상생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남북의료협력을 통한 한반도 건강공동체 실현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공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면서 “의료발전위원회를 통해 서울대병원이 지향해야 할 공공의료의 틀, 개념, 기능, 역할 등을 재정립하고 지속적으로 공공의료의 수준을 향상시키겠다. 어린이병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공공진료센터(Public Health Clinic)를 설치해 희귀 난치성 중증질환 환자들을 위한 국가적·사회적 의료안전망 강화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감사기능을 강화해 투명한 경영과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펼쳐나가는 한편, 교직원 모두가 ‘서울대병원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행복한 병원을 만드는데 소임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2030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명제는 모든 분들이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정도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고 도전해야 한다. 노사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서창석 전 병원장, 오세정 이사장, 김연수 병원장

반면 서창석 전 원장은 감정에 복받쳐 울먹이며 이임사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서 전 원장은 “먼저 지난 3년은 우리 병원에게 굉장히 큰 도전과 시련이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부족한 저를 믿고 도와주시고 아낌없는 성원해 주신 교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서 전 원장은 지난 임기 동안의 소회에 잠긴 듯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새로 취임하는 김연수 원장은 능력과 실력이 검증된 바 있고 또한 훌륭한 분이기에 저로서는 매우 홀가분하고 안도가 된다”면서 “우수한 인재들의 산실인 서울대병원의 미래는 밝고 힘찰 것이며 항상 그렇듯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이라 말하며 단상을 내려왔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이취임식장 앞에서 파견용역직 근로자들의 병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본부 김진경 지부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병원이 노조와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지부장은 “지난 9년 동안 서울대병원의 노사관계는 매우 암울했고 미소냉전 시대처럼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성과급제 도입 등 서울대병원의 근본이 돼야할 의료 공공성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조작, 관리자들의 갑질, VIP들에 대한 특혜 등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면서 “신임 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병원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서울대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며칠 전 김연수 원장이 병원 인트라넷에서 ‘환자의 아픔을 먼저 공감하는 병원, 참여와 논의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병원, 경쟁과 유인이 아닌 공유와 협력하는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면서 “이 마음을 임기 내내 지켜 달라.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이어 “노사가 자주 만나고 병원이 노조를 좋은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등 어려운 문제도 잘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연수 원장이 새로운 병원을 만들겠다면 노동조합도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