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시민단체 “환영한다” 후속조치 촉구…게임업계 “국내 도입 반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분류체계에 포함시켰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의학계와 시민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게임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스마트폰과의존예방시민연대 등 2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지속가능한 디지털미디어 환경개선을 위한 시민네트워크’는 12일 ‘WHO 게임사용장애 진단 등재를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네트워크는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를 질병으로 분류해 적절한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건의료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WHO의 결정을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했다.

시민네트워크는 이어 “우리나라 게임업계와 게임과몰입 예방치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의 중독적 사용에 대한 예방 및 대안적 환경을 구축해야 할 책무는 방기한 채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위한 정책도구인 셧다운제도의 폐지에만 골몰하는 등 균형 잃은 입장을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시민네트워크는 “게임의 과다사용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게임중독피해자와 그 가족을 무시한 채 무책임하게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며, 지속가능한 게임산업진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WHO의 게임사용장애 등재 자체를 부정하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산·학·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후속대책을 마련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에 의학, 보건학, 심리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후속 대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으며 게임업계에도 건강한 게임이용환경을 만드는데 협력해 달라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한국역학회도 지난 10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게임사용장애 진단체계 적용은 게임중독에 따른 건강문제를 국제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 개입을 도모하는 동시에 보건의료분야의 필수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학적 도움을 필수로 하는 게임사용장애 당사자와 가족이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증상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국민건강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정부부처가 게임업계의 이익을 더 대변하고, 보건의료분야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게임사용장애 피해 전국실태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며 “게임사용장애로 인한 건강폐해 감소를 위해 게임 등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관련 건강문제의 근거, 건강한 디지털미디어 사용지침, 게임사용장애 예방, 진단, 치료 지침 등을 개발·보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게임 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 반대”

반면 게임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 노조, 스마프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단체는 지난 10일 “게임 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게임은 좋은 것이지만 치료가 필요한 중독의 원인’이라는 중독정신 의학계의 해괴한 논리에 반대한다”며 “내부 자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게임 업계가 스스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게임 내 소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게임의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게임 제작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 자료를 근거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국내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중 89% 이상이 게임은 행위 중독의 요인이라는 논조의 프레임에서 시작된 의도된 논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2013년 이후 게임 중독이야말로 중독정신 의학계의 숙원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하려면 소모적인 주장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지난 10여년간 중독정신 의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WHO 총회의 결정이라는 거대한 권위 뒤편에 서서 자신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 그럴 듯한 학술로 포장된 일방적이며 공허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즉시 멈춰달라”고도 했다.

게임사용장애 질병 분류에 반대하기 위해 지난 4월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까지 발족했다. 공동대책준비위에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한국게임학회 등 27개 학회·단체와 계원예술대 게임미디어과 등 16개 대학 관련 학과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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