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병원 수원지점도 대법원서 공단에 이겨…“급여기준대로 했다면 지급 거부 안돼”

이중개설금지법 위반으로 최초 적발돼 기소됐던 튼튼병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 환수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이어져 주목된다.

대법원은 특히 이중개설된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이뤄진 의료행위가 급여기준에 맞게 이뤄졌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급여비 지급을 거부하거나 환수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지난 13일 튼튼병원 수원지점을 운영했던 A원장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급여비 지급보류 및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튼튼병원 측 손을 들어 준 것이다.

A원장은 1심과 2심에서 공단에 패했지만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법정 다툼을 벌인 지 5년여 만에 승소했다.

지난 2012년 2월 의료인이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의료법 개정(제33조 8항)된 후 이중개설로 처음 적발된 기관이 튼튼병원이다. 공단은 지난 2014년 1월 튼튼병원이 이중개설로 적발되자 그해 5개 지점에 지급된 240억원이 넘는 급여비를 환수조치했다.

튼튼병원 측은 급여비 환수는 부당하다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한 지점이 승소한 데 이어 수원지점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관련 기사: 이중개설금지 위반 튼튼병원, 5년 다툼 끝에 급여비 환수 싸움서 '勝').

대법원 “급여기준에 맞는 진료행위라면 급여비 지급 거부 안돼”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법과 달리 이중개설 여부가 아닌 급여기준에 맞는 의료행위를 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건강보험법은 질병 치료 등에 적합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임에 비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행위 등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로서 그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건강보험법에 의해 요양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이런 차이를 염두에 두고,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중개설 의료기관도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 (다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그(이중개설)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 개설자가 한 진료행위와 비교해 질병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서 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중개설 관련)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갖고 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급여비 지급을 거부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이 급여비를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급여비를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급여비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갖춘 원고(A원장)가 자신의 명의로 의료법에 따라 개설허가를 받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요양급여를 실시한 후 급여비를 청구했다면 이중개설 의료기관이라는 사유를 들어 급여비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공단의 환수조치와 지급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세승 김선욱 변호사 “이중개설 병원은 사무장병원과 달라”

이중개설로 최초 적발된 튼튼병원에 대한 급여비 환수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의료법 제33조 8항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 변호사.

원고 A원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법원이 이중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확고한 판례를 형성했다.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모든 급여비 청구가 부당청구라고 할 수 없으며 실제 진료가 이뤄졌고 사회 질서에 반하지 않으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중개설은 의료법 위반 사항이지만 해당 기관에서 이뤄진 의료행위 자체를 다 부정할 만한 불법행위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중개설 의료기관은 사무장병원과는 다르다. 이중개설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 수준의 불법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중개설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해도 사무장병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건 과하다”며 “의료법 제33조 8항이 규정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도 애매모호하다. 의료법인이라는 이름으로는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있는데 의사 개인만 안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헌재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1999년부터 이중개설금지법이 생기기 전까지 대법원은 의료인의 이중개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사회통념상 있을 수 있는 일로 본 것”이라며 “법리적인 부분만 봤을 때 대법원이 이중개설 관련 과거 판례 입장을 재확인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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