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성분 바꾸고 보관기간 늘리고 의료진과 환자 고려한 차별화…매출 확대 등 기대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처럼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차이점이 때로는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킨다.

실제로 최근 기업들은 제품의 포장, 광고, 홍보 등을 진행하면서 '디테일'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집중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그러한 차이에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제약사도 다르지 않다. 제약사들도 작은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자사 제품, 더 나아가 기업 이미지까지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대원제약 레나메진캡슐, 젤라틴을 식물성으로 업그레이드

대원제약 레나메진

최근 대원제약은 레나메진 출시 5년 만에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레나메진은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요독을 흡착해 투석을 지연시키는 의약품이다. 캡슐 안에 구형흡착탄이 들어있는데 올해 4월 캡슐성분을 젤라틴에서 식물성(Hydroxypropyl methycellulose, HPMC)으로 변경했다.

젤라틴에 거부감이 있거나 알레르기를 가진 환자와 최근 늘어나는 채식주의자 등을 고려해 캡슐 성분을 바꾼 것이다.

식물성 캡슐은 젤라틴에 비해 수분함유도가 낮기 때문에 흡착제인 레나메진에 적합하다는 것이 회사 측이 설명이다.

특히 신부전환자들이 사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캡슐에 칼륨을 포함시키지 않은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4기 신부전환자는 신장이 칼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 체내 칼륨이 축적되면 부정맥 등 심혈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칼륨 과다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레나메진 홍승아 PM은 “기존 HPMC 캡슐은 칼륨이온을 포함해 겔화 시키지만, 레나메진은 신장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제이므로 칼륨이 포함되지 않은 글리세린 배합용액으로 제조하는 특허 받은 캡슐 사용했다”고 전했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제품이지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대상 환자를 고려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최근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약품 포장도 환경을 생각하는 시대

한국화이자제약 베네픽스, 진타(친환경포장)

한국화이자제약은 최근 친환경패키지를 적용한 혈우병치료제 베네픽스(성분명 노나코그 알파)와 진타(성분명 모록토코그 알파)를 출시했다.

새로운 패키지는 기존보다 박스 크기와 무게가 약 35% 줄여 치료제 보관과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의약품은 전 세계 곳곳에 배송되는 만큼 이동거리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온실기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송거리를 줄이는 등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크기와 무게가 줄어들면 한 번에 배송할 수 있는 양이 늘기 때문에 그만큼 배송횟수가 줄어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분해가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배제해 보다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패키지가 개선됐다. 주사제 앰플과 시린지를 고정하는 기존의 플라스틱 거치대는 종이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분리돼 있던 박스와 치료제 거치대를 일체화해 낭비되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과정을 간소화했다.

제약사들, 알약 크기 줄이는데 기술력 집중

제약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차별화는 의약품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두 가지 이상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아지다보니 한 번에 두 가지 이상 성분을 복용할 수 있는 복합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LG화학은 당뇨병치료제 제미메트(성분명 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서방정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출시된 다른 메트포르민 복합제보다 크기를 15% 더 줄인 제품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메트포르민은 성분의 특성 상 알약의 크기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크기를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LG화학만의 결정화 기술을 적용해 복합제 중 가장 작은 복합제를 출시한 것이다.

한미약품 역시 자사 대표 제품인 아모잘탄 라인업의 알약 크기를 줄이는데 공을 들였다. 지난 2017년 출시된 3제 복합제인 아모잘탄큐(성분명 암로디핀/로사르탄/로수바스타틴)는 세 가지 성분을 복합한 약임에도 기존 아모잘탄과 크기에 큰 차이가 없다.

삼성·셀트리온, 생물학적제제 보관·투여 불편 개선

임랄디

우리나라 대표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보관과 투여가 까다로운 불편함을 개선하며 명품 만들기에 도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상온 보존기간을 기존보다 2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임랄디의 상온 보존가능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28일로 두 배 확대하는 내용의 제품 라벨(product label) 변경을 승인받기도 했다.

임랄디 등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 등이 주성분이고 인체에 직접 주입되기 때문에 보관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한 번 상온에 노출된 제품은 다시 냉장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의약품 상온 보존가능 기간의 연장은 곧 제품의 사용 수명과 직결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의 보존기간이 14일인 점을 생각하면 상온 보존기간을 늘려 환자들의 보관편의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레미케이드)를 환자가 직접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형(SC)으로 개발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362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램시마 정맥주사 투여군과 비교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비열등성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유럽의약품청에 허가신청을 한 상태다. 환자들이 직접 투여할 수 있게 된다면 편의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치료옵션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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