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용자경험연구실, ‘HiPex 2019 컨퍼런스’서 강조…“원격의료 넘어, 국내 적용방향 찾아야”

환자의 걸음, 체중, 수면, 혈압, 식사, 스트레스 등 라이프로그를 실제 진료에 활용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서울대 사용자경험연구실이 3년간 진행한 연구결과 의사-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에 깊이를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격의료 등에 대한 논란으로 한국의료현장에서는 라이프로그 활용이 쉽지 않다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사용자경험연구실 이중식 교수와 김유정 박사 과정 연구원은 19일 명지병원에서 개최된 HiPex 2019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9, 하이펙스)에서 ‘라이프로그로 파악하는 환자들의 삶’을 주제로 강연했다.

서울대 사용자경험연구실 이중식 교수(좌), 김유정 연구원.

라이프로그는 개인의 생활이나 일상을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는 모든 일을 의미한다.

의료분야에서는 주로 걸음 수, 수면시간, 혈당, 식사 기록 등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데이터를 한정해 라이프로그로 활용하며, 환자의 병증에 따라 활용하는 라이프로그의 범위나 종류는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 사용자경험연구실은 분당서울대병원과 3년간 대사증후군 환자들의 이같은 라이프로그를 활용한 건강관리 방안을 연구했다.

연구실은 대사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라이프로그를 추적해 걸음 수, 수면시간, 식사, 감정, 스트레스 등의 데이터를 의료진이 분석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 처방을 전자의무기록(EMR)에서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김유정 연구원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3년간 진행한 라이프로그 활용 진료의 예를 들며 진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라이프로그는 아직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낯선 개념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라이프로그가 실제 진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사-환자 간 커뮤니케이션 질이 좋아지는지, 진료실 밖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좋아질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 데이터진료 후 상황을 보면 라이프로그를 통해 ‘다음 진료까지 1만2,000보를 걷고 오세요’라는 등 데이터 처방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보고 의사와 환자가 같이 목표를 설정하는 등의 상황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환자들 설문조사결과 만족도도 높았다. 의사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의사가 우리를 이해해주는 것 같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 질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중식 교수는 라이프로그를 활용한 진료가 진료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라이프로그를 활용한 진료를 하면 (정보가 많아져서) 진료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오히려 진료시간이 짧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의사도 데이터를 정확히 보고 환자도 모호한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료 시 (라이프로그를 통해)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인데, 진료시작에서 나눌 수 있는 둔탁한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최종 목표는 라이프로그를 활용 진료로 보험수가를 받는 것”이라며 “의사가 라이프로그 활용 진료를 제안하고 환자가 동의하면 EMR에 기록하고 처방을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병원과 의료진이 환자에게 이야기를 잘해주는 등 라이프로그 진료 활용에 적절히 개입한다면 환자들도 별 저항없이 라이프로그 활용 의료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연구원은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라이프로그를 활용한 진료를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등 아직 한국에서 라이프로그 활용 진료를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이 외에도 의료보험과 수가 문제, EMR 분산 개발로 인한 표준화 어려움 등 국내 특수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렇지만 특정 병증을 중심으로 심층진찰에 통합하거나 건강검진 보완 서비스로 도입하거나 직장 내 건강서비스를 통한 가벼운 보험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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