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박종훈 부위원장 "환자안전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먼저 손봐야" 강조

“의료전달체계가 엉망인데다 병상은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들로 넘쳐나는 도떼기시장 같은 병원에서 스크린도어로 문만 걸어 잠그고 환자안전을 얘기하는 건 난센스다.”

대한병원협회 박종훈 정책부위원장(고대안암병원장)은 19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년도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봄학술대회’에서 ‘의료계에서 바라보는 환자안전 종합계획’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환자안전에 대한 국민 기대와 요구가 너무나 높아졌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CCTV를 다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병실에 일반인이 드나들어 감염관리가 안 돼 스크린 도어를 만들었지만 그 안에 일반인들이 잔뜩 모여 있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달 다녀온 350병상 규모의 미국 병원은 1,000병상이 넘는 고대안암병원보다 직원 수가 더 많았다”며 “친절하고 여유로웠다. 환자안전시스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전달체계 전반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의료전달체계를 유지하면서 여기서 우리끼리 시스템만 잘 개발하면 환자안전 이뤄질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반성하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보고시스템만 잘 되면 환자안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박 부위원장은 “의료진은 환자 곁에 있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기록하는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기록의 질도 저하되고 환자 곁에 의료진이 머무는 시간도 짧아진다. 환자안전 관련 기록에만 모든 시간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환자안전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정책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환자안전종합계획’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환자안전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의료 환경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복지부가 의료 관련해 10년 이상의 플랜을 발표한 것은 처음 본다. 환자안전 쪽에 있어서는 성의를 갖고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환자안전 실효성 거두기 위해서는)확실한 진료 전달체계 확립에 따른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환자안전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적용되려면 우리나라 의료 환경 전반이 변화해야 한다”며 “이런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시스템을 후배들과 자손들에게 넘겨주면서 환자안전을 지키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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