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서인석 보험이사, 종별 평가기준 달라져야…“헤비급과 라이트급 같이 게임안해”
의협 연준흠 보험이사 “의료질평가지원금, ‘빅5 병원’로 몰려…'자이언트 5'된 지 오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줄 세우기 방식의 상대평가로 의료계 질타를 받고 있는 ‘의료 질 평가’에 대한 중장기 개편방안을 내놨지만 의료계 반응은 냉담했다. "싹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가 지난 19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한 ‘2019년 봄학술대회’에서 심평원은 ‘의료질평가지원금 중장기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했지만, 의료질평가지원금 배분 문제부터 평가방식까지 의료계 비판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날 심평원은 ▲국민 체감도·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한 평가지표 개편 ▲의료기관 자율적 질 향상 노력 활성화 ▲국가 의료 질 향사에 기여하는 관리 인프라 마련 등의 방향을 담은 의료질평가 중장기 개편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의료 질과 관련된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기존 5개 영역에서 6개 영역으로 평가영역을 세분화시켜 재편하고 영역별 목표를 설정해 이에 따른 평가지표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체계적인 평가지표를 운영하고 관리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것.

또 의료 질 개선 노력에 대한 보상을 도입하는 등 보상체계도 개편했다. 줄 세우기 평가로 비판 받던 상대평가 방식도 지표별·영역별 상·하한 기준을 설정해 절대평가 방식을 일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의료질평가지원금 분배과정에 대해 지적했다.

서 보험이사는 “헤비급과 라이트급이 게임 같이 하게 두지 않는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체급을 구분하고 기준을 달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며 "그래서 의료의 질을 같이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각 종병에 맞는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보험이사는 “동일한 평가를 받았다면 동일한 인센티브가 지급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평가지원금 배분하는 것을 보면 서울이나 경기권 병원들만 더 잘 사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의료전달체계를 아우르는 평가 지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연준흠 보험이사도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빅5 병원’들로 주로 간다”며 “상급종합병원 타이틀, 종별 가산이익에 더해 의료질평가지원급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안고 있는 빅5 병원들을 이제 ‘자이언트 5’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 보험이사는 “의료 질 평가 지원금은 의료 질 끌어 올려 잘 되는 곳은 줄 필요가 없다”면서 “의료 질을 개선해야 할 곳에 줘야 한다. 의료 질 평가 지원금이 없어서 경영 상태가 휘청거린다면 수가 조정을 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성남시의료원 김종명 공공의료기획단장은 “선택진료 폐지에 따른 보상 성격으로 시작돼 특정 상급종합병원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보니 다른 의료기관들은 의료질평가 시도조차 못 하는 상황이”이라면서 “의료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많은 의료기관들이 받을 수 있는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난 만큼 이에 따른 의료질평가지원금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공공의료기획단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60조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의료질평가지원금은 7,000억원 정도 밖에 안 된다”며 “이 재원으로 의료 질 향상은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건강보헌 재정의 5% 이상이 의료질평가지원금으로 배정돼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장으로 참여한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도 “(현행 의료 질 평가는) 상대평가로 병원들을 줄 세우는 격이다. 절대평가나 등급제로 바꾸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한다”면서 “7,000억원을 의료기관에 배분한 정보도 제공될 필요가 있다. 열심히 했지만 우리 병원은 너무 적게 받는 것 같다며 좌절감에 빠진 구성원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평가보상부 김상지 부장은 의료 질 평가에 대한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향후 의료 질 평가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장은 “2020년 개선된 지표부터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했고 이후에는 상·하안 기준을 설정해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예측할 수 있도록 영역에 대한 종합 점수를 재정하는 등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장기적인 검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가려면 의료질평가지원금 재정을 늘려야 하는데 돈으로 귀결되는 부분이라 가장 어렵다”며 “재정 확보를 위해 관련 부서와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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