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간병 17년 간병인 ‘HiPex 2019’서 생생 증언…“좋아졌지만 하대문화 여전”
남형도 기자 "병원, 치료하기 힘들더라도 사람들이 여유 가질 수 있는 공간돼야"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에 대한 ‘하대 문화’가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느끼기에 간병인에 대한 하대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병원에서 21일까지 개최되는 HiPex 2019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9, 하이펙스)에서는 ‘의료진은 모르는 환자 이야기’ 세션을 통해 간병인에 대해 재조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좌), 김종순 전문 간병인, 명지병원 조은숙 팀장.

17년 동안 중환자 간병을 해온 김종순(가명) 전문 간병인은 간병인으로 살아오면서 병원에서 느꼈던 간병인과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간병인은 “7~8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간병인을 하대하는 문화가 있었다. 간병인은 병원 복도를 다니지도 못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일주일 먹을 밥을 주먹밥으로 만들어서 얼려놓고 먹었다. 같은 병실 간병인이 모여서 밥을 먹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나마 김 간병인은 “몇년 전부터는 대학병원에서 ‘간병인을 하대하지 말라’는 문화가 생겼다. 잘 먹지도 못하고 잘 자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아직 100%는 아니지만 50% 정도는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간병인은 “고졸, 대졸자 등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어쩌다보니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는 분들도 많다”며 “지금은 중환자 간병을 할 수 있는 간병인이 줄고 있지만 40대부터 간병을 시작해 (십수년 간병을 하면서) 석션을 하는 등 의료진 아닌 의료진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 간병인은 “간병인은 정말 극한직업이다. 그래도 모두 환자가 완치돼서 잘 퇴원했으면 좋겠다는 좋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간병이 아무리 힘들어도 환자들 퇴원할 때 감격하고 감동한다. 환자들이 좋은 세상에서 더 오래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간병인 입장에서 환자가 의사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을 꼽는다면 ‘관심’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들이 바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 회진 오면 잘 잤냐, 밥 잘 먹었냐 등등 묻고 간다”며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와서 손도 존 잡아주고 이야기도 좀 해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간호사들도 정말 고생 많이 한다. 최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 생기면서 ‘우리가 왜 간병까지 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도입으로 앞으로 간병인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24시간 간병에 하루 4만5,000원부터 시작해 지금 8만5,000원을 받는다. 더 주는 보호자도 있고 덜 주려고 하는 보호자도 있다”며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석션 등을 해야 하는 중환자 간병의 경우 시급을 더 올려주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간병인 체험을 해 보았다’를 주제로 발표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는 자신의 간병체험을 바탕으로 간병인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남 기자는 “체험한 병동이 24시간 간병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간병인들도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며 “옆에서 지켜보고 대화를 해보니 간병인들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 기자는 “간병인들이 한달에 한두번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병동에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는 카탈로그가 있었다”며 "병원이라는 곳이 의사는 의사대로,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힘들지만 사람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자 마음만 챙겨 힘든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이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의료진 등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가 간병까지 해 보았다’를 주제로 발표한 명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조은숙 팀장은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것을 업무라고만 생각했다”며 “환자 퇴원 후 상황을 궁금해하기 보다는 업무에 집중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환자를 감정의 대상으로 대하지 못했는데, 간병인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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