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공동성명…‘병원허가 취소 전면 백지화‧안 의원 사과‘ 촉구

오산 세교신도시 아파트 단지 근처에 설립되는 정신병원을 두고 지역 주민과 병원 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의사에게 막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신과 의사들도 발끈했다.

병원 측이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쳐 개설 허가를 취득했음에도 안 의원이 막무가내로 폐원을 요구하며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전문의 수가 기준에 못 미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은 물론 오산시가 병원 허가를 취소하자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세교신도시 정신병원 설립 허가 취소를 전면 백지화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5월 적법한 과정을 통해 허가를 받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의 설립을 두고 지역주민 반대와 민원이 발생하고 이를 조정해야 할 국회의원과 시 당국에 의해 병원 허가가 재검토되고 있다”며 “(정신병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난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한 번도 논의된 바 없는 허가병상 기준으로 전문의의 수가 허가기준에 못 미친다는 유권해석을 내고 이를 근거로 개설돼 진료 중인 병원의 허가를 취소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회는 “정신과의사들은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규정이 있는지 다른 병원설립과정에서 동일 규정을 적용한 바가 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안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발언을 주민공청회에서 쏟아냈다”며 “과연 이러한 발언의 주체가 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회는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사고는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의 예산투자가 낮은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국립서울병원도 지역주민의 이전요구로 위기를 경험했지만 복지부와 해당구청,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주민과 공존하는 시설로 탈바꿈해 국가 정신보건사업을 총괄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새롭게 단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정부와 광주시에서 적극적인 예산투자를 통해 광주시 내 중증정신질환을 위한 기관들이 설립됐지만 사고가 증가하기는커녕 전국에서 광주는 가장 낮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안전한 도시가 됐다”며 “오산시는 중증정신질환으로 인한 시민의 안전을 우려한다면 적법하게 설립된 병원의 허가를 취소할 게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더 많은 대책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안 의원의 사과와 함께 오산시 당국의 잘못된 행정조치의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행정당국와 정치인이 상식에 기반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지역주민과 합의를 통해 이를 확대해 나가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세교신도시 정신병원 설립 허가 취소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는 “이미 허가를 내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갑자기 설립 허가를 취소해 버렸다”며 “개설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이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시정명령을, 그 다음에 1차, 2차 영업정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합당한 설명이나 적법한 절차 없이 한 달도 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세교신도시 정신과 보호병동 설립 허가 취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자세하고 공정한 조사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의사회는 안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의사회는 “내년 총선을 앞둔 안 의원이 법 위에서 ‘갑질;한 걸로 보인다. 국회의원 권력을 이용해 오산시장, 복지부장관 등을 마음대로 소환했고 입맛에 맞게 지자체 행정을 마구 휘둘렀다”며 “’일개 의사‘라는 모욕적 막말로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자 했던 의료인의 숭고한 마음마저 짓밟아 뭉개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는 “날로 증가하는 우울증 등 정신건강문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는 현 시점에 시대착오적이고 교만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면서 “의료인 및 의료 자체를 갑의 위치에서 폄훼, 협박했다”고도 했다.

의사회는 “안 의원을 비롯해 복지부장관, 오산시장은 국민정신건강증진의 최전선에서 성실히 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 대해 그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20일 대검찰청에 안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기도 오산시 세교신도시 정신병원 설립 허가 및 취소 과정에서 직권 남용을 한 혐의다(관련기사: 최대집 회장, ‘막말’ 논란 안민석 의원 검찰 고발).

안 의원은 지난달 17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해당 병원 의사를 대상으로 “병원장이 소송을 하게 되면 특별감사를 실시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삼대에 걸쳐 자기 재산 다 털어놔야 할 것이다”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복지부 박능후 장관을 면담해 어떠한 형태로든 즉시 해당 병원 허가를 취소할 것을 강요한 혐의가 있으며, 주민대상 공청회에서 병원장을 향해 부적절한 협박성 막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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