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4’ 학제 이대로 좋은가 ①…KAMC, ‘학제개편 TF’ 통해 통합 6년제 모색
예과 의무 규정 삭제 추진…한희철 이사장 "대학별 유연한 교육과정 가능"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유지돼 온 의과대학 학제가 100년만에 대규모 변화에 직면했다. 의과대학마다의 특성을 살린 유연한 교육과정 구성을 통해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성제국대학에서 예과(2년) 과정을 실시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이 의학부로 진급하게 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한 1924년 이래 지금까지 의예과 2년-의학과 4년으로 분리된 학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00년이 가까워지면서 이 학제 구조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의예과 기간 중 교육과정의 명확한 목표 및 성과 부재, 의학과와 연계성 부족, 의예과 학생의 방만한 학습태도와 훼손된 학습태도의 의학과로의 연장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 의예과와 의학과의 기능적 연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5조에는 의예과와 의학과를 행정적으로 2개의 단과대학처럼 구분 짓고 있어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게 의학교육계의 지적이다.

법으로 의예과와 의학과를 구분하는 건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우리나라 학계의 근간이 됐던 일본도 이미 90년대 말 의예과의 법적 구분을 없애고 대학의 자율에 따라 학제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이에 KAMC는 지난 2월 ‘의과대학 교육과정 유연성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TF’(학제개편 TF)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연구 및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36개 의과대학 학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회에서도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학의 특수성을 살린 유연한 교육과정 구성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의 교육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KAMC는 지난 5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5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 참여한 513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과대학 교육과정 유연성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274명 중 84.5%는 ‘의과대학 6년 중 의예과 2년을 반드시 법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질문에 부정적(매우 그렇지 않다 57.7%, 그렇지 않다 26.8%)이었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각각 2.9%, 3.6%에 불과했다.

‘의예과 기간 중 달성해야 할 명확한 교육목표와 성과를 가지고 있다’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56.6%가 ‘매우 그렇지 않다(21.9%)’와 ‘그렇지 않다(34.7%)’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70.4%는 ‘대학생으로 갖춰야 할 기본 교양교육을 위해 의학과와 분리된 의예과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부정적(매우 그렇지 않다 43.8%, 그렇지 않다 26.6%)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85.4%는 각 대학의 특성화와 여건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 편성을 위해 의예과와 의학과 구분을 없애는 것에 찬성했다.

이에 대해 KAMC 한희철 이사장은 “실기 위주의 교과가 늘어나고 이러한 교과과정이 저학년으로 내려오는 상황에서 기초까지 시작하는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예과 과정은 대학 입시 후 일종의 휴식기처럼 여겨지면서 학생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이어 “의과대학 6년을 하나의 과정으로 펼치면 그 안에서 대학마다 다양한 교과과정을 만들 수 있다”면서 “시행령이 개정되면 2+4로 하든 하나의 과정으로 6년을 하든 각 대학이 결정할 수 있다. 단지 예과라는 단어만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느 대학도 예과 과정 전체를 본과화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지 지금처럼 틀에 박힌 2+4 학제에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게 취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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