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어디로 가야 하나’②…배병준 본부장 "커뮤니티케어 기본법 필요"

6월 시작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은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발표한 후 1년여 만에 나온 성과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실장 겸 커뮤니티케어추진본부 본부장으로 커뮤니티케어 정책 추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배병준 본부장은 선도사업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긴장을 늦추기는 커녕 최근 북핵과 관련한 한국, 미국, 북한 등 다자간 협상을 빗대 ‘2026년까지 보편적 커뮤니티케어 시행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것은 북핵 해체만큼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본부장은 북핵 해체 시 강조되는 ‘불가역적’ 조치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커뮤니티케어 추진과 정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커뮤니티케어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커뮤니티케어는 사기다”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위해 복지부 내 추진본부가 발족한 건 2018년 3월. 정확히 15개월만인 2019년 6월 선도사업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대단히 감회가 깊다. 개인적으로 영국대사관에서 경제팀장으로 2년 반 정도 있으면서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커뮤니티케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때문에 추진본부장을 기쁘게 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본부장은 “의료기관 중심 보건의료서비스가 주류 정책인 상황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커뮤니티케어는 사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초기단계에서 복지부 내 일치된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 상당한 설득이 필요했으며, 실무회의만 26회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사기’라는 주장까지 있었던 복지부 내부 분위기가 바뀐 것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부터다.

사상 유래없는 고령화 속도가 ‘무기’

배 본부장은 “복지부 내부를 설득하는 가장 큰 한방은 고령화 속도였다. 우리나라는 2026년 1월이면 인구 중 20%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 세계 유래없는 고령화 속도”라며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해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으로 10년이 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스웨덴은 1972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은 2015년이었고 영국은 1975년 고령사회에 도달했지만 2015년에도 노인인구가 18%에 불과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지 않을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라며 “커뮤니티케어로의 정책 전환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 본부장은 커뮤니티케어가 대통령 선거공약이 아닌 정책 중 처음으로 국정과제에 진입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배 본부장은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 보고된 후 올 3월 국정과제에 반영됐다.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공약이 아닌 새로운 정책이 국정과제에 진입한 것”이라며 “이는 국민들이 이런 정책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반증한다”고 밝혔다.

선도사업 대상 지자체, 10%로 늘려야

배 본부장은 “선도사업 시작 8개 지자체에 예비형 8개까지 총 16개 지자체에서 시작됐는데, 이정도로는 부족하고 25개 정도까지는 확대돼야 한다”며 “전국 지자체 중 10% 정도에서는 시작해야 선도사업 지역과 아닌 곳을 비교한 의미있는 효과성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영국은 (커뮤니티케어 관련 법 제정 전) 3년 동안 전국 지자체 중 18%에서 3년간 모델링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보다 규모도 크고 기간도 길었다”며 “거기서 7가지 모델을 추출해 다른 지자체에 권고했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가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었다. 우리도 대략 10% 정도 지자체에서 선도사업을 하면 혁신적이고 다양한 모델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 본부장은 “커뮤니티케어 기본계획 3단계 로드맵을 이미 제시했는데, 선도사업은 첫단계로 다양한 통합돌봄 모델을 개발하면서 케어 안심주택, 건강생활지원센터, 종합재가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라며 “2단계는 서비스 제공인력 양성, 서비스 품질관리 체계 및 재원 간 연계·조정 방안 마련 등 제공 기반 구축, 마지막 3단계는 2026년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현재 로드맵 상 첫 단계에 있는 것이며 선도사업이 그만큼 중요하다. 연내에는 16개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원 통합, 재가급여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복지부는 선도사업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모형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지자체에 권고할 계획이다.

이때부터 중요해지는 것이 ‘돈’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자원 등을 마련하려면 재원 조달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별도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커뮤니티케어 재원과 관련해서는 아직 전문가들이 깊은 연구를 하진 못했다. 하지만 향후 공론화 단계를 거친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하자면,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장기요양보험 재정 통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건보의 경우 현재 전체 재정 중 40%가 노인진료비에 지출되고 있는데,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면 지속가능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마찬가지”라며 “의료적 필요도가 있을 때 요양기관에서만 해결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본처럼 재택의료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요양기관으로 한정했던 의료서비스를 재택으로 이동시키면 이에 따라 재원 흐름도 기관에서 지역사회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다는 것이 배 본부장의 생각이다.

배 본부장은 “사회적 입원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급여의 경우도 선도사업 지자체에서 실시할 재가의료 급여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적 입원환자가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 가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 연계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별도 재원 마련은 법 제정 등과 연관돼 있지만 그 전에 기존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도 이런 방향으로 커뮤니티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합리적으로 마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방문진료 활성화 위해 의료계 ‘재택주치의’ 제안 환영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 의료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방문진료와 관련해서는 최근 의료계 내에서 나오고 있는 ‘재택주치의’ 도입 주장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택주치의 도입은 지난 6월 24일 열린 심평포럼에서 대한의사협회 김명성 수석자문위원이 제시한 것으로,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신청하면 시간에 맞는 의사가 찾아가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한명을 한명의 의사가 전담하는 예약제 서비스를 뜻한다.

배 본부장은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의협 소속 인사가 제안한 재택주치의에 대해 굉장히 혁신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커뮤니티케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노인건강주치의를 생각했었는데,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못하고 의료계가 환영하는 계획이 아닐 것으로 생각해 고심 끝에 접은 바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재택주치의를 제안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복지부 차원에서는 올 하반기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며,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수가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배 본부장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데, 방문진료 시 환자들은 의료기관에서 받았던 서비스 대비 기대 수준이 있고, 의료진의 경우 최소한 실비보상 원칙을 기대한다”며 “모두가 만족할 수가모델 개발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지만 관련 부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신중한 수개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배 본부장은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한 준비는 현재 초기단계다. 일본도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해 10년 정도 시간이 걸렸고 초기 작은 규모로 출발했지만 현재 재택의료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어 재택의료 전문 의료서비스가 가능할 정도로 발달했다”며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선도사업 지역 내 대상자에게 방문진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선도사업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문진료만으로 모든 재택의료 수용 불가능

하지만 배 본부장은 재택주치의제도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방문진료만으로 재택의료 수요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다양한 직종의 커뮤니티케어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 본부장은 “방문진료만으로 재택의료 수요에 다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소 건강생활지원센터를 소생활권까지 만들어 예방기능을 중심으로 방문형 집중건강관리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보건소 건강생활지원센터가 활성화되고 거기에 방문간호사가 배치돼 예방기능을 하고 (예방을 넘은)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방문진료를 하는, 방문간호와 방문진료의 연결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선도사업에 참여하는 부천시의 경우 방문약료와 방문한방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런 다양한 직역들이 충분히 참여하는 것이 커뮤니티케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장들이 강력한 추진의지와 리더십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도 바꾸지 못할 시스템으로 뿌리 내려야

배 본부장은 커뮤니티케어가 한번 실현되면 아무도 큰 줄기를 바꿀 수 없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배 본부장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부가 포용적 복지국가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기대수준에 비해 미흡한 점이 있다”며 “하지만 결국 정부 정책 방향은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는 국민복지 향상으로 가야 하고, 지금 그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정책 도입 시점이) 조금 앞당겨질 수도 있고 늦춰질 수도 있지만 방향성만은 돌이킬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초고령사회는 앞으로 다가올 분명한 현실이다. 이런 불가피한 어려움에 앞서 우리 보건의료계가 커뮤니티케어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 본부장은 “커뮤니티케어를 불가역적으로 확실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케어기존법이 제정돼야 한다. 커뮤니티케어 제공 과정에서 최소 15만명 이상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것인데, 이 인력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교육시킬 것인지, 각종 서비스 품질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2026년부터 커뮤니티케어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북한 핵 해체만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완전하고 확인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커뮤니티케어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어려운 과정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 본부장은 “국민들이 커뮤니티케어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지역사회에서 개입해 통합돌봄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야심찬 계획이고 어려운 계획이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적으로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적 완수를 공직생활 30여년 중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커뮤니티케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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