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커뮤니티케어, 어디로 가야 하나’③커뮤니티케어 10년, 희연병원에 답 있다
김덕진 이사장 "뚜렷한 목표 제시해야 성공 가능…재가서비스 강화 위해 수가 올려야"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천명한 지 1년여가 지나 전국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효율적인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찾기 위한 선도사업이 시작됐다.

선도사업을 통해 도출된 모델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 모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커뮤니티케어는 요양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을 퇴원시키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 서비스가 방문진료일 수도 있고,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주택수리일 수도, 주간보호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핵심은 요양기관과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과 연계를 통한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희연요양병원 내 재가커뮤니티케어센터 입구 모습.

하지만 정부도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 대략적인 그림만 그리고 있을 뿐 아직 실체는 없다. 이런 가운데 10여년 전부터 시행착오를 거치며 독자적인 커뮤니티케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바로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희연병원’이다. 낙상없는 병원, 욕창 제로 선언 병원으로 더 유명한 희연병원은 최근 원내 주간보호시설 명칭을 아예 ‘희연 재가 커뮤니티케어센터’로 변경할 만큼 커뮤니티케어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선도사업 지역도 아니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축척하며 지역사회 환자 복귀를 위한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키는 희연병원. 희연병원이 그리는 커뮤니티케어 시대 요양기관은 어떤 모습일까.

환자 사회복귀, 일상생활 가능 재활부터

희연병원은 요양병원이다. 하지만 희연병원은 다른 요양병원과 다르다. 그 중에서도 재활은 요양병원은 물론 대형병원과도 비교를 거부할 정도다.

희연요양병원 6층에 위치한 재활전용병동모습. 6층 1,600평 모두를 120병상 재활병동으로 꾸몄다.

특히 병원 건물 6층 1,600평 전체를 120병상으로 꾸민 재활전용병동은 희연병원이 입원환자들을 빠른 시간 내 지역사회로 돌려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재활전용병동의 컨셉은 누워있는 환자가 뛰고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동 중앙에 커다란 스테이션을 만들어 모든 치료사들이 이곳에서 업무를 보며 환자를 모니터링 하고 다른 치료사와 정보를 교환, 재활 효과를 높인다.

재활치료 핵심은 ‘생활 속의 재활’이다.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재활로봇도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일상생활을 위한 재활도 수시로 행해진다. 120병상이 놓여있는 각 병실에는 티브이도 식탁도 없다.

티브이를 보고 싶으면 병실에서 나와서 보고 밥을 먹을 때도 병실에서 나와서 먹도록 하기 위함인데, 이런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환자가 지역사회로 복귀했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재활전용병동에는 계단 오르내리기를 위한 시설과 차량 탑승 재활을 위한 자동차도 있다.

이 외에도 병원을 나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계단 오르내리기 훈련을 위해 17㎝ 높이 계단으로 시작해 21㎝ 계단을 올라 16㎝ 계단을 내려오게 설계된 재활용 계단과 승용차 탑승과 내리기를 훈련하기 위한 자동차도 병동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희연의료재단 김덕진 이사장은 “재활전용병동에는 중증신경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재활이 필요한 환자 120명이 입원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재활을 목표로 하며 개개인의 재활 훈련 상황을 표로 만들어 붙여놨다. 치료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환자 스스로 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희연병원 재활전용병동은 환자를 빠른 시일 내 지역사회로 돌려보내 다양한 재택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커뮤니티케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첫 단계인 셈이다.

환자 입원 시 바로 퇴원계획 수립

희연병원이 단순히 재활에만 힘써 환자를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에만 힘쓴다면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하고 있는 병원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당연히 다른 시스템도 돌아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입원과 동시에 퇴원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희연요양병원 입원사정실 입구 모습. 모든 입원환자는 입원 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희연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모두 입원 전 ‘입원사정실’을 거쳐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가령 대퇴골 골절로 급성기병원에서 수술한 후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환자라고 가정하면, 입원 전 입원사정실에서 의뢰서를 받고 입원 가능 여부를 체크한다.

입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입원예약을 하고 주치의를 정하고 입원날을 정한다. 입원 당일에는 주치의 상담을 거쳐 병동으로 인계되며, 병동에서 환자의 전체적인 과거력 등을 파악, 3일 내 신환자 컨퍼런스를 전 직종 대상으로 진행한다.

환자 재활을 담당할 치료사들은 환자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인데, 이 때 환자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노인환자라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다.

희연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입원과 동시에 퇴원계획도 함께 검토되는 것인데, 대퇴골 골절로 입원한 환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한달 정도를 기본으로 본다.

실질적인 커뮤니티케어 시작 ‘지역연계실’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 2,000여개 병원에 지역연계실 설치 목표를 밝혔지만 희연병원에서는 이미 2001년 지역연계실을 설치해 환자가 퇴원하게 되면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되는지, 그 환경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실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돕는다.

환자 퇴원이 가까워 오면 지역연계실에서는 환자가 혼자 사는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지 돌봄제공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노인환자의 경우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희연병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해 안내만 도와준 사례가 417건, 실제 등급을 취득한 환자가 15명이지만 이 중 희연병원에서 제공하는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2명 뿐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작년에 우리병원 안내 등을 통해 장기요양등급을 취득한 환자는 76명이었다. 우리가 이들의 장기요양등급 취득을 돕는 것은 우리병원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퇴원 후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희연요양병원에서 실제 작성한 퇴원컨퍼런스 문서.

퇴원일자가 정해지면 보호자 참여 하에 퇴원 컨퍼런스가 열린다. 퇴원컨퍼런스에는 주치의, 간호팀장,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영양사는 물론 환자가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상태라면 간호사인 케어매니저까지 참석한다.

이들은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퇴원 후 복약지도, 일상생활 유의점, 어떤 훈련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 식이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사회복지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이밖에도 가족이 없는 환자는 지역사회 관할 지방자치단체 의료급여 관리사와 연계해 요양원, 양로원, 그룹홈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며, 자립이 가능하지만 거주지가 없는 경우는 전세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월세주택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지역사회와 연결고리 ‘희연 재가 커뮤니티케어센터’

지역으로 돌아간 환자들이 희연병원과 계속 연결될 수 있는 끈은 주간보호센터에서 명칭을 바꾼 ‘희연 재가 커뮤니티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명칭만 보더라도 희연병원이 커뮤니티케어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희연재가커뮤니티케어센터 입구(좌)와 내부 모습. 이곳에서는 주간보호센터 역할은 물론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서비스도 제공한다.

커뮤니티케어센터에서는 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주간보호는 38명, 방문요양은 23명, 방문간호는 18명이 등록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주간보호센터, 방문목욕 등을 각각 제공하는 기관들은 많이 있지만 모든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곳은 전국에 몇곳 안되는 극소수”라며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면 환자마다 필요한 서비스를 모은 케어매니징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다. 방문요양을 받던 환자도 상태가 좋아지면 주간보호센터로 올 수도 있고 반대도 가능하다. 이련 연계된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택보수’도 해주는 희연병원

희연병원이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커뮤니티케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느냐를 보기 위한 다른 사례도 있다. 재활환자 주택 개·보수를 위한 차량 운행이 그것이다.

희연요양병원이 운용 중인 주택 개보수 지원 차량.

병원 내 재활시설에서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아도 주거시설로 돌아가 계단, 화장실 등을 사용하다보면 미끄러지거나 다치는 경우가 예사로 발생하기 때문에 집안 곳곳을 살펴 보수해주기 위한 시스템이다.

2013년에 도입한 이 시스템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시설기사 등 다양한 직종의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퇴원환자 중 서비스를 신청한 환자를 대상으로 재료비만 받고 서비스하고 있다.

김덕진 이사장은 “재활 열심히 해서 자택으로 복귀시킨 환자가 몇 개월 지나 다시 와상환자가 돼 입원하는 것을 보고 분석해봤더니 집안 계단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운 화장실에서 넘어지고 하더라”며 “그래서 주택보수사업을 하라고 지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환자가 신청하면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시설기사 등이 자택을 방문하게 되고 어떤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지 찾는다”며 “병원 직원을 활용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 신청자가 많지는 않고 연간 4~6명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계획에도 주택보수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거창할 필요 없다. 시군단위에 (서비스 제공기관) 하나씩만 만들면 재원 최소화해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방문재활’은 커뮤니티케어에 꼭 필요한 서비스

입원과 함게 퇴원계획 수립, 일생상활 복귀를 위한 철저한 재활 시스템, 퇴원 시 환자 정보 수집 후 제공되는 다양한 퇴원 지원, 필요 시 제공되는 주택개보수 사업 등 현재 의료기관 차원에서 제공 가능한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모두 시행하고 있는 희연병원에서 이 외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로 꼽은 것은 ‘방문재활’이다.

희연병원 커뮤니티케어센터 관계자는 “커뮤니티케어 서비스에 꼭 포함돼야 할 서비스는 방문재활이다. 입원환자를 재활시켜 사회에 내보내도 꾸준한 재활이 필요하다”며 “혼자 하는 재활은 한계가 있다. 병원에서만큼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기능이 저하되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요양의 경우도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3~4시간 하는 방문요양이라고 해도 대부분 집청소 해주는 것에 머무른다”며 “실제 사회에 나갔을 때 지자체에 적응할 수 있는 요양서비스가 돼야 한다. 방문요양 시간이 너무 짧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연계실에서 케어매니저가 하는 퇴원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10년 넘게 했지만 수가도 받지 못한다”며 “탁상공론이 아닌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퇴원계획 수립을 위한) 행정서류만 엄청나게 많아지고 실질적으로 도움되지 않는 서비스가 아닌, 실질적인 퇴원지원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회적 입원환자를 지역사회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40%가 사회적입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작성해야 할 서류만 많아지고 수가는 조금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커뮤니티케어 무용지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덕진 이사장 “정부 커뮤니니케어 계획, 오리무중”

한편 10년 넘게 희연병원의 커뮤니티케어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덕진 이사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사업에 대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서도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오리무중이다.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 뭔가 탁하고 나오는 게 없다”며 “지금 정책 추진자나 관련자들에게 ‘커뮤니티케어가 뭐냐’고 물어도 답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뚜렷한 목표와 과정을 제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사업 진행 과정이) 투명해 보이지도 않고 분명한 목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구체화된 것을 놓고 토론도 하고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나도 10년을 했지만 다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천명하면서 계획을 발표하고 선도사업을 통해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지역사회에서 10년 넘게 커뮤니티케어를 실천하고 있는 김 이사장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은 것이다.

김 이사장은 “커뮤니티케어 목표는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집으로 못가는 경우 요양원 등 다양한 곳으로 연계하고 집으로 갔을 때는 주간보호 등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커뮤니티케어 취지가 돼야 하고 의료기관 지역연계실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요양기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지자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민관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커뮤니티케어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026년까지 갈 것도 없다. 큰 틀은 맞다. 디테일이 취약한데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요양병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 환자를 내 부모와 같이 잘 모실 생각을 하지 말고 의료서비스가 끝나면 지역사회로 돌려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런식으로 해서 경영이 힘들다면 차라리 요양원이나 재가서비스 시설로 전환해 환자 흐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문제는 수가다. 요양원은 시설비가 많이 들고 재가서비스 수가로는 운영이 안된다. 재가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는 수가를 올려야 한다. 국가에서 다 할 수 없다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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