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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한민국에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로 산다는 건

기사승인 2019.07.10  1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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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들 "상술에 이용되는 모습 처참…가족마저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힘든 게 뭐냐고 묻지 마세요. 안 힘든 걸 찾는 게 더 빨라요. 우리에겐 씻고, 먹고, 자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일반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든 것들이 힘들어요. 화장품을 고를 때, 옷을 살 때, 음식을 먹을 때 혹시라도 이게 내 피부에 자극이 돼서 또 피부가 뒤집어지진 않을까 고민을 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성격은 예민해지고, 부정적으로 변하죠. 취업, 연애, 결혼이 힘든 건 당연하고요."

지난 4일 국회에서 개최된 '2019 중증 아토피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에 참석한 29살 여성이자 평범한 주부인 A씨의 말이다. A씨는 어린시절부터 아토피가 발병해 성인이 되자 나아졌다가 작년 갑자기 발병해 치료 중인 환자였다.

본지는 A씨를 포함해 토론회에 참석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6명을 행사 후 한자리에서 만나 고충을 들었다.

최근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자는 감소하는 반면 20대 이상 성인 아토피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성인 아토피의 경우 대개 유병기간이 길고 중증 환자도 상당수여서 이들에 대한 치료 환경 개선 및 사회생활 유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상당수가 전염병으로 오인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등 심리적 질환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또한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토피의 재발은 A씨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예기치 못했던 재발로 부모님과의 사이는 소원해졌으며, 신혼생활도 엉망이 됐다.

어린시절 A씨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부모님은 평생 일궈놓은 재산을 모두 쏟아부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병원 치료부터 한의원, 민간요법, 화장품 등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고, 성인이 된 후 증상은 점차 호전돼 '이제 됐다'며 안심하던 부모님이 최근 결혼한 딸의 재발 소식에 죄책감으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괴로워서 울기도 하고 죽겠다고 난동도 부리는 제 모습에 엄마 아빠도 너무 속상하고, 남편도 그런 제 모습을 보는 게 맘이 아프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저도 지옥이고 가족도 지옥이었어요."

A씨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에도 더이상 치료 반응을 하지 않았고, 면역억제제 또한 부작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마지막 보루였던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치료에 들어갔고, 현재는 겉으로 보기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듀피젠트 치료에 쓴 A씨는 더이상 치료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남편의 외벌이로 감당하기엔 월 200만원이 드는 약값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상 A씨는 듀피젠트 치료를 끊게 되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까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저 역시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하고 싶어요

26살 남성이자 취업중비생인 B씨. 작년 공기업 인턴 면접일 아침 B씨는 거울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그날 피부 상태가 심각해진 것이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그날 B씨는 면접에서 탈락했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B씨는 자신을 쳐다보는 면접관의 시선에서 '쟤 왜저래?' 하는 시선을 느꼈다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가끔 오셔서 절 보시고는 '다 큰 놈이 돈을 벌어야지 집에서 놀아서야 쓰냐'라는 말을 하세요. 손주가 걱정되고 안타까워서 하는 소린지는 알지만, 그럴 때마다 상처 받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정말 해서는 안되는 말인 줄은 알지만 너무 괴로워서 엄마에게 '이제 그만 살까'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어요. 그 일로 엄마가 충격을 받으셔서 2주간 말씀을 안 하셨어요. 아빠랑도 사이가 나빠지셨죠. 당시 병원에서는 의사가 듀피젠트를 맞아보라고 권유한 상태였고, 엄마도 도저히 절 두고 보기 힘드셨는지 치료를 받아보자고 하셨어요."

B씨는 앞으로 성공해 꼭 부모님께 이 치료비를 갚아드리리라 마음 먹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40대 여성이자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는 C씨는 30대에 처음 아토피가 발병했다. C씨는 유독 다리 부위에 증상이 심해, 치마를 입을 때면 주변의 무례한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번은 제가 앞장서 손님을 안내하는 상황이었어요. 뒤에서 '저거 봐! 왜 저래??'라고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가끔은 저희 팀장에게 저 사람 왜 저러냐고 직접 물어보는 손님들도 있어요."

작년 아주대학교병원 피부과 이은소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령별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의료 이용 형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심평원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아에서의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성인에서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교수는 "연간 진료 건수를 살펴보면, 20~30대에서 가장 많아 경제활동이 왕성한 연령에서 아토피로 인한 고통이 최고조임을 알 수 있다"며 "또한 중증 환자에서 처방되는 면역억제제의 사용은 30대 성인에서 가장 많아, 성인 아토피 환자에서 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4일 토론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전문의가 발표한 '아토피 치료비용 지출 연구' 결과, 아토피 중증도가 높을수록 환자들의 결혼 경험, 직업이 없는 비율이 높고, 학업을 중단하거나 업무 시 결근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지영 전문의는 "아토피피부염이 중증일수록 환자들의 취업, 결혼, 학업성과, 직장업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실증된 만큼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단순히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아토피는 돈벌이 수단 아냐"

학계와 환자단체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최근 아토피 질환명이 들어간 기능성 화장품 출시 논란을 보며 중증 아토피 환자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어려서부터 아토피에 좋다는 건 다해봤어요. 식이요법, 민간요법, 기능성 화장품, 한약, 스파, 효소찜질. 단 몇 달 치료에 300만~500만원을 지불했어요. 다른 질환에 비해 아토피 환자들은 다단계 업체들이 악용하기가 너무 쉬워요. 류마티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뭘 먹어봐라, 뭘 발라봐라 하지 않잖아요. 근데 유독 아토피에는 이런 상술이 많아요. 아토피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예요. 중증 아토피가 비누나 화장품으로 고쳐질 것 같으면 듀피젠트 같은 치료제가 개발될 이유도 없었겠죠."

A씨는 아토피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몰이해가 환자들을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안지영 전문의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아토피 환자의 75.3%가 기능성 화장품 구입 비용을 치료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아토피 개선 생활용품 사용'을 아토피 치료법으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어릴 때부터 그리고 경증일 때부터 아토피에 대한 질환 교육을 시행해야 이러한 상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B씨 역시 병원이 아토피 치료제와 관련해 환자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줄 때 환자에게 치료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요. 환자에겐 아토피 상담사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다단계 업체들이 이걸 이용해 아토피 환자들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요. 실제 자격증을 가진 상담사분도 있지만 아토피 환자들에게 영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날 환자들은 아토피 치료 환경에 대한 개선점으로 심리치료의 부재 역시 지적했다.

"증증 환자들은 과거 증상이 심했던 부위에 대해 트라우마가 남기도 해요. 증상이 나아져 멀쩡한데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가렵게 느껴진다거나, 과거 증상이 심했을 당시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던 기억으로 마스크를 쓰고 땅만 보고 다닌다던가 하는 심리적인 문제도 생겨요. 하지만 병원에서는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까지는 챙겨주지 않아요.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한의원을 찾는다던가, 다단계 업체 아토피 상담사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따듯한 온정을 느끼고 싶어서요. 아토피 환자들은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많아요."

사람들의 무례함은 기본, 가족에게조차 온전히 이해받지 못해.

이날 기자가 들은 아토피 환자들의 일상은 무례함의 절정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피부가 왜 이러냐'며 직접 대놓고 묻는 것은 기본이고,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으러 간 마사지샵에서 관리사가 '뭘 해라' , '뭘 하지 마라' 같은 훈계를 두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아토피가 감염병이라도 되는 듯 회피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지인들 역시 '씻고 와라' 등의 무례한 말을 농담처럼 던지기 일쑤였다.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혀를 차고, '밀가루를 먹지 말아라' 등의 원치 않는 조언을 쏟아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여성 환자라면 '여자가 그래서 아이는 어떻게 낳냐', '얼굴은 예쁜데 몸은 왜 그러냐', '여자가 피부가 그래서 어쩌냐' 등 차별적 발언을 듣는 일도 일상이 됐다.

하지만 환자들의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아토피는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조차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질환"이라고 호소했다.

"가족 중에 아토피 환자가 있다면 '긁지 마라', '지저분하다' 이런 잔소리 하지 마세요. 아토피 환자들에게 간지러움은 원인이 아닌 결과예요. 감기에 걸린 사람한테 '기침하지 마라', 관절염이 있는 사람에게 '다리 절지 마라' 하지 않잖아요. 왜 아토피 환자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죠? 환자라고 긁고 싶어 긁을까요? 긁은 자리에서 피가 나고 진물이 나고 죽을 것같이 아프고, 양팔을 다 잘라내버리고 싶을 만큼 괴로운 건 바로 환자 자신이예요."

국감 증언 후 뭐가 달라졌나, 여전히 비참한 환자의 삶

이날 유독 말수가 적었던 D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 나와 아토피 환자의 삶을 증언했던 당사자였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중증 아토피에 대한 복지부의 정책 수정을 요구했는데, 이 때 D씨와 또 다른 중증 환자가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D씨는 국정감사에 나와 아토피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호소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났지만 변한 게 전혀 없는 현실에 말문이 막힌 듯했다.

이날 D씨는 당시 함께 참고인로 나왔던 또 다른 환자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양쪽 눈 다 실명을 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된 환자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생계를 위해 안마사 일을 하던 이 환자는 그마저도 아토피에 대한 손님들의 거부감으로 결국 생계마저 어려워졌다고 했다. 아토피로 시력과 직장을 모두 잃는 이중고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날 D씨는 변한 게 없는 아토피 환자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힘겹게 입을 뗐다.

"결국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토피 환자의 심각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해요. 아토피는 죽을 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삶의 질이 하락하는 질환이예요. 그걸 모르기 때문에 정책 역시 추진력을 잃고, 생색내기에 불과한 상황이 된 거겠죠.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윤미 기자 kym@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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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전체보기
  • 하킹 2019-07-16 19:09:57

    인식의 개선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삭제

    • ㅇㅇ 2019-07-16 17:48:14

      치료약이 나왔는데 비싸서 못맞고
      지옥같은 하루는 또지나갑니다
      중증아토피를 도와주세요삭제

      • 듀피젠트 2019-07-16 17:31:07

        듀피젠트 보험화 시급합니다
        하루하루 긇는 자신을 보며 인생 살기 싫어집니다
        그흔한 치마 반팔 입지도 못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진물로 인해 이불은 항상 축축 하고요
        제발 하루빨리 보험화 해주세요삭제

        • 엄마 2019-07-16 17:07:01

          중증아토피는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에요.
          차라리 암걸려서 치료해서 살든지 치료가 안되면 더 이상 고통없이 죽는 것이 낫겠다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듀피그로 정상인 비슷하게 지내나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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