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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이 드러낸 한국의료의 한계…최신 치료 혜택 못받는 환자들

기사승인 2019.07.19  11: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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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슨 추천 최신 항암제 해외 나가서 사오는 암환자들
“심평원 급여기준에 막혀 처방 못하고 사전·사후승인 신청해도 불승인”

#1. 불행은 한 순간에 찾아왔다. A씨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바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의사는 표준 요법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다른 치료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가 진행됐고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로 그 결과를 분석했다. A씨에게는 ‘FLT3 nonframeshift’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왓슨은 적합한 치료제로 ‘소라페닙(Sorafenib, 성분명)’을 추천했다. 협진한 의사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치료제를 찾았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곧 절망했다. 의사는 소라페닙이 간암치료제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급성골수성백혈병에는 처방하기 어렵다고 했다. 약값을 100% 본인부담 하겠다고 했는데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승인 요청을 해보겠다고 했다. A씨는 이 상황 자체가 어이없고 황당했다.

한 대학병원이 IBM 인공지능(AI) ‘왓슨(Watson)’으로 진료를 시작한 후 생긴 일이다. 왓슨 진료로 최신 치료법을 찾은 암 환자가 정작 국내에서는 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학병원은 암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해 왓슨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최신 인공지능 진료시스템으로 인해 ‘심평의학’에 묶여 있는 한국 의료의 한계를 절감한다고 했다. 왓슨 도입 전에도 이런 일은 종종 있었지만 왓슨 도입 후 더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가천대길병원이 공개한 왓슨 진료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는 환자 상태에 따라 최신 문헌과 논문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치료법을 제시한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은 ‘강력추천(Recommended)’과 ‘추천(For Consideration)’, ‘비추천(Not Recommended)’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왓슨이 추천한 치료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에 맞지 않아 임상에 적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 왔다(관련 기사: 왓슨-의료진 의견 일치율 낮은 이유, ‘심평의학’에 있다?).

왓슨 포 지노믹스도 마찬가지다. 왓슨 포 지노믹스는 NGS 검사를 통해 얻은 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2~3분 만에 돌연변이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에 맞는 치료제 등도 제시한다.

하지만 왓슨 포 지노믹스가 찾아낸 최신 항암치료법은 국내에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급여기준에 맞지 않고 비급여로 쓰는데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허가초과(오프라벨) 항암요법 사후승인제를 도입해 항암제 접근성을 확대했다. 항암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그 범위를 초과해서 사용하려면 사전에 심평원 승인을 받아야 했다(사전승인제). 여기에 사후승인제 도입으로 허가초과 항암제를 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생겼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임상적인 판단으로 오프라벨 처방을 하기 위해 사전승인이나 사후승인을 신청해도 불승인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사전·사후승인을 받지 못하면 환자가 100% 본인부담으로 항암제를 복용하고 싶다고 해도 안된다.

임상 현장에서 왓슨 진료로 최신 치료법을 찾아낼수록 그 앞에 놓인 ‘제도의 벽’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왓슨이 추천한 항암제를 해외에서 사오는 암 환자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처방이 어렵다는 말에 중국에 가서 해당 항암제를 사온 뒤 의사에게 복용법을 알려달라며 찾아오는 것이다.

왓슨 진료를 하는 모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A교수는 “왓슨 포 온콜로지와 지노믹스, NGS 검사로 환자들에게 최신 치료법을 제시해줄 수 있게 됐다”면서도 “문제는 왓슨이 추천한 치료법을 시행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왓슨이 치료법을 추천하면서 제시한 근거자료들을 첨부해 심평원에 사전승인이나 사후승인을 신청해도 불승인 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승인 신청이 거절될 때마다 우리나라는 처방권이 의사에게 있는 게 아니라 심평원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왓슨을 도입한 또 다른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B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최신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나와도 그 혜택을 받기 어렵다. 심평원이 제시한 급여기준대로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관련 치료법도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치료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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