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사법부가 전문 의학적 의견 무시…모든 의사가 위험한 진료 외면할 수 있어”

개원의들이 사산아에 대한 유도 분만 중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사실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촉구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사산아 분만 중 갑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에 금고 8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며 분만 담당 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수 분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의사와 간호사가 산모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했더라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의사 등 의료진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술 이후 상당한 양의 출혈을 동반했으나 병원 측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유죄로 판단, 금고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켰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불가항력적 상황에 대해 실형 및 법정구속이라는 의료 왜곡을 야기하는 법원 판결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은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2심 판결에 대해 올바른 판결로 의사들이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최선의 진료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태반조기박리는 분만 중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특수 상황으로, 은폐형 태반조기박리에 따른 출혈은 그 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경험 많고 노련한 산부인과 의사라도 그 진단과 처치가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개협은 이어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지키며 그들의 안위를 위해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잘못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결과에 가장 괴로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건 바로 산부인과 의사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전문 의학적 의견을 무시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게다가 법정 구속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다”면서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환자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이 이뤄진다면 결국 진료 기피 및 분만포기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또 이로 인해 앞으로 모든 의사가 구속을 피하고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험한 진료를 버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게 대개협의 지적이다.

대개협은 “해양구조대원이 물에 빠진 모든 사람을 살려내지 못했다거나 지진으로 매몰된 사람들을 구조대가 100% 살려내지 못했다고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다면 그 누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며 선의로 타인을 구하려 하겠냐”면서 “대법원은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2심 판결에 대해 올바른 판결로 의사들이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최선의 진료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항소심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오는 20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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