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삭감에 초점 맞춘 분석심사, 족쇄 채우는 꼴…의사 진료권‧국민 건강권 무시”

정부가 새로운 건강보험 심사제도의 시행을 예고하자 개원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건강보험 심사제도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 고시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복지부는 오는 29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마무리하고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당사자인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불과 20일 만에 요식적인 의견수렴을 거친 뒤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건 선전포고”라면서 “본 협의회는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심사제도 개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지난해 ‘경향심사’라는 용어로 심사제도 개편이 추진됐다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분석심사’라고 이름을 바꿨다”면서 “그러나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인한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이어 “오랫동안 시행된 제도를 바꾸려면 충분한 기간을 두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그동안 의사들은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불합리한 급여기준이나 약제 허가기준 등의 개선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인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금의 불합리한 기준을 그대로 두고 분석심사라는 자의적인 칼날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분석심사는 통계적으로 평균적인 진료 행태에서 벗어나면 이를 ‘변이’라고 지목해 삭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를 불가능하게 하고 진료의 하향평준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새로 도입되는 전문심사위원회 역시 지금의 심사위원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과 다양해지는 진료를 전문가 몇 명이 다 재단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급여기준과 진료비 총액에 따라 삭감을 한다면 이중·삼중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자료제출 또한 강화돼 지금은 재심사청구나 이의신청 등에 따른 보완자료 제출에 머물지만, 포괄적인 심사자료 제출로 변경될 경우 의료기관의 의무기록을 다 제출하도록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심사와 평가라는 법정 권한을 넘어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분석심사는 의사의 소신진료를 저해하고 오로지 진료비 삭감에만 골몰하는 개악으로 분석심사가 도입될 경우 기존의 불합리한 심사제도라는 전족(纏足)에 족쇄(足鎖)까지 더해지는 일이 될 것이란 게 대개협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대개협은 정부가 심사체계 개편을 강행할 경우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개협은 “우리는 지금껏 수차례 분석심사에 대한 우려와 이의를 심평원에 전달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함을 주장해왔다”면서 “그럼에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하고 제도 변경을 강행하는 건 정부가 의사들을 더 이상 보건의료정책의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 또한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에 “우리는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심사제도 개편을 거부한다”면서 “만약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강행한다면 총력을 다 해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며 이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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