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국 대표, "신약 개발, 적당한 시기에 기술수출 안 되면 되돌아봐야"

한올바이오파마는 매년 R&D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서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몇 안 되는 바이오 기업으로 꼽힌다.

2016년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한 한올바이오파마는 2016년 2억8000만원, 2017년 35억원, 2018년 54억원으로 영업이익 증가 추세다. 매년 투입되는 R&D 비용은 매출의 11~12%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올바이오파마 본사에서 만난 박승국 대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된 비결로 '대웅제약과의 시너지'를 꼽았다.

과거 R&D에 주력했지만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등으로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2015년 대웅제약과 손을 잡은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박 대표 역시 대웅제약 연구소장 출신으로, 2007년 한올바이오파마로 옮긴 뒤 다시 대웅제약과 연을 맺게 됐다.

혁신 신약이 탄생하려면 자유로운 연구개발 환경이 필요하다고 본 박 대표는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특정 기술이나 물질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최고와 손을 잡으며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적당한 시기에 기술수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내 바이오 벤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승국 대표를 통해 한올바이오파마의 비전과 국내 바이오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한편,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7년 9월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과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 물질 'HL161'을 기술수출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스위스 로이반트에 HL161의 미국·유럽 판권을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HL161 미국 3상은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추진한다.

활발한 기술수출과 파이프라인 개발 순항으로 한올바이오파마의 전체 매출에서 기술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

-대웅제약과 M&A를 맺은 지 4년이 지났다. 양사의 시너지가 어떻게 나오고 있나?

영업 측면에선 대웅과 한올이 서로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대웅이 커버하는 거래처는 한올의 제품까지 함께 판매하고 일부 한올이 관계가 좋은 거래처는 대웅 제품을 같이 판매해 수수료를 주고받는 식으로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영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양적 매출에서 질적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거래처 중에서도 수익성 높은 품목을 집중해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대웅제약이 합성의약품과 줄기세포 분야에 주력하고 한올은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즉, 대웅이 신약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드머니를 제공해 한올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안구건조증 신약(HL-036)의 경우엔 대웅과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3상에 약 200억원 비용이 소요되는데 하이 리스크 단계에서 서로 협업하며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에서 약 15년간 근무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올바이오파마(당시 한올제약)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올에서 어떤 비전을 세웠나?

대웅은 첫 직장이었다. 1992년 입사 이후 2001년 생명공학 신약 1호인 당뇨성 족부궤양치료제 EGF(상피세포성장인자) 허가를 처음 받으면서 신약 개발과 기업 문화 등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아무래도 대형 제약사는 가진 역량은 많지만 신약에 충분히 쏟기 힘든 구조다. 반면 2000년대 후반 나타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나의 기술 사이에 괴리감이 있더라.

한올바이오파마에 오면서 제약사의 역량과 벤처 기업의 유연성을 섞은 기업으로 나가고자 했다. 자유로운 R&D 문화를 형성하면서도 스톡옵션 부여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연구에 몰입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방향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올바이오파마는 안정적으로 회사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R&D를 통한 혁신을 꾀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잘 조화되고 있다.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많은 부침을 겪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한 기술이 반환되기도 했고,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많은 벤처 기업들이 '내 기술'이 너무 좋은 나머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는 기술이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필요한 기술이 도움이 된다. 그 괴리감을 좁혀야 한다.

투자자들은 옥석을 가리는 눈을 높여나가야 한다. 1상부터 허가와 판매에 도달할 확률을 따져보면서 리스크를 감안하고 판단해야 한다. 임상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FDA 등 허가 당국은 임상을 1~3상으로 구별해 보지 않는다. 이전 임상에서 얼마나 제대로 탐색적 연구가 되었는지, 이후 임상은 어떤 과학적 근거에 의해 이뤄졌는지를 데이터로 리뷰한다. 즉, 2상을 했다고 바로 3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3상을 마쳤다고 반드시 허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안구건조증만 하더라도 가이드라인 상으로 3상에 해당하는 임상을 세 번 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점을 놓치면 뒤늦게 큰 문제가 된다. 우리도 나름대로 FDA 허가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했는데, 글로벌 전문가 자문을 받아보니 구멍이 난 부분이 많았다. 아직 글로벌 경험이 적은 국내 기업들이 이런 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작은 벤처 기업들은 무리해서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끌고 가는 것보다 1~2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링을 시도하는 게 좋다, 만약 기술수출이 안 된다면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박승국 대표(사진: 한올바이오파마)

-주요 파이프라인인 HL161과 HL036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임상에 있어서 올해 목표는 무엇인지?

미국 등 해외 임상 결과가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HL036 3상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 탑라인 결과와 내년 상반기 최종 리포트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L161은 두 개의 2상 결과가 빠르면 연말 혹은 내년 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하반기 추가 임상도 미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신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준비를 잘 마쳐 내년에 일정대로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HL161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TNF-α 항체가 아닌 FcRn(Neonatal Fc Receptor)를 타깃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체다. FcRn 수용체를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IgG 항체가 분해되도록 한다. 아직 FcRn 타깃의 신약은 상용화 사례가 없다. 현재 HL161은 캐나다 및 호주에서 1상을 마치고 2a상에 돌입했다.)

-중국 하버바이오메드, 스위스 로이반트 등 여러 제약사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최고가 되던지, 최고와 손을 잡아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종종 한다. 2010년 당시 한올은 FcRn 타깃 항체라는 하고싶은 물질은 있었지만,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 기술을 지닌 기업들과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세 회사에 의뢰했는데 그중 한 곳의 회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또 HL161과 HL036은 일정 개발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단행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미국 3상과 허가,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이끌어가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본다. 당시 우리의 규모에서는 기술수출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봤다. 타이밍도 중요한데 시간이 지연돼 신약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시기적절하게 기술수출이 이뤄져야 한다.

-FcRn 항체 신약은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경쟁이 치열한데, 현재 알제넥스(Argenx)가 3상으로 조금 앞서있는 상황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 지위를 놓쳐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현재 FcRn 항체 신약으로 5개사가 경쟁 중인데, 알제넥스 등은 임상 단계가 우리보다 앞서있지만, 한올의 HL161이 피하주사 제형(SC injection)으로는 가장 개발이 빠르다. 경쟁사들은 대부분 정맥주사 제형(IV infusion)으로 개발되고 있어 환자들의 투약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자가투여가 가능한 SC 타입으로 편의성과 효능 및 안전성이 뛰어난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의약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재 2상 연구인 'GO'와 하반기 착수 예정인 'WAIHA' 적응증(온난성 자가면역용혈빈혈)에서는 퍼스트 인 클래스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50대 의약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단일 품목 매출이 최소 30억 달러가 돼야 한다. 2025년쯤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적어도 우리가 지닌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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