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분야서 용량 조절 통해 부작용 개선 확인…'옵디보'와 병용 시도도

바이엘이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후속 항암제로 개발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의 판로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스티바가'는 바이엘이 '넥사바' 후속으로 개발한 항암제로 2012년 미국 FDA로부터 최초 허가 받아 현재는 대장암, 위장관기질종양, 간세포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스티바가'의 2019년 1분기 글로벌 매출은 9,700만 유로(한화 1,281억원)이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해 38.6% 성장한 성적이다. '스티바가'의 글로벌 매출은 성장했지만, 미국시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매출이 감소한 상황이다.

'스티바가'는 간세포암 치료 분야에서 '넥사바' 치료 실패 환자에서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넥사바' 경쟁품목인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가 이미 등장했으며, '넥사바' 치료 실패 환자에서는 '카보메틱스(성분명 카보잔티닙)',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등 '스티바가'의 경쟁약물들이 대거 등장해 치열한 경쟁 국면을 맞고 있다.

또한 가장 먼저 적응증을 획득한 전이성 대장암 3차 치료에서 '스티바가'는 부작용 개선을 위한 용량 조절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인 한 대학병원 A교수는 "전이성 대장암 3차 치료에 사용하는 스티바가는 위약군 대비 2개월 남짓한 생존율 개선을 보였으며, 특히 많은 환자들이 이 약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불편감을 가지고 있어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A교수는 "스티바가에 대한 ReDOS 연구 결과가 작년에 발표됐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며 "허가된 표준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과 절반 용량으로 시작해 증량한 환자군을 비교했더니, 증량한 환자군에서 치료를 유지하는 비율도 훨씬 높고 심지어는 생존기간도 약 4개월 이상 더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바가는 허가 임상시험이 너무 높은 용량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많은 환자가 치료 초기에 부작용을 겪고 치료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며 "이번에 연구자들이 낸 아이디어는 처음에 환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용량으로 시작해서 별 부작용이 없으면 용량을 올려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용량까지 늘리자는 것이었고, 그 결과 환자들이 훨씬 약물을 잘 견디고 효과도 좋았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최근 ReDOS 연구 결과를 보완할 수 있는 '스티바가'의 새로운 용량 연구 결과를 유럽임상종양학회 위장관회의(ESMO-GI 2019)에서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RE-ARRANGE 연구는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스티바가'의 첫 사이클 용량용법을 다양화해 허가된 표준 용량용법과 비교 평가한 연구로, 그 결과 용량용법을 다양화한 2개군의 전체생존기간 및 무진행생존기간이 표준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무기력증 및 피로, 단백뇨, 고혈압 등 부작용은 표준군 대비 낮게 나타났다.

이는 환자 상태에 따라 스티바가의 초기 약물 전략을 다양화해 치료 효과의 감소 없이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엘은 가장 흔한 형태인 현미부수체 안정형(microsatellite stable, MSS) 전이성 대장암에서 면역항암제와 '스티바가'를 병용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임상시험도 진행한다.

지난 19일 바이엘은 BMS·오노약품과 함께 MSS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옵디보'와 '스티바가'의 병용효과를 연구하는 공동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옵디보'는 이미 예후가 나쁜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 전이성 대장암 환자 치료에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MSI-H 전이성 대장암은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에 효과를 보일 확율이 낮고 일반적으로 예후가 나쁜 암이지만, 최근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을 나타내며 획기적인 치료 개선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전체 대장암 중 MSI-H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정도로 나머지 95%인 MSI-L, MSS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허가가 전무한 상황이다. 바로 이 95% 시장을 노리기 위해 BMS·오노약품과 바이엘이 손을 잡은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간세포암에서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옵디보'와 '스티바가'가 대장암에서는 가장 수요가 큰 치료 분야에 공생관계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스티바가'는 가장 공격적이고 일반적인 형태의 원발성 뇌암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바이엘 지난달 19일 새로 진단된 혹은 재발된 교모세포종 환자의 다양한 치료법을 평가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 플렛폼인 'GBM AGILE'가 미국에 등록됐으며, 그 첫번째 약물로 '스티바가'가 평가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교모세포종 치료 분야는 치료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으며, 수십 년간 치료 성과가 크게 변하지 않아 진단 후 5년 안에 95%의 환자가 사망하고 특히 진단 후 첫 15개월 안에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질환이다.

'스티바가'는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인 REGOMA 연구 결과를 통해 예비 효능을 확인한 바 있으며, 해당 결과는 작년 12월 The Lancet Oncology에 발표됐다.

GBM AGILE의 첫번째 임상 사이트인 미시간 소재 헨리 포드 암 연구소(Henry Ford Cancer Institute)의 톰 밀켈슨(Tom Mikkelsen) 박사는 "교모세포종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거의 없는 공격적인 뇌종양으로, 우리는 GBM AGILE을 개시하고 환자들에게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새로운 치료옵션을 시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GBM AGILE 연구는 올해까지 미국 내 메디컬 센터 및 지역사회 기반 기관 40개소 이상에서 개시될 예정이며, 2020년에 걸쳐 유럽, 중국, 캐나다, 호주 등까지 확장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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