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 “과로·스트레스와 죽음 인과관계 인정”
대전협 “당연한 판정, 전공의 과로 재해 근절 계기 되길”

지난 2월 당직 근무 중 숨진 가천대길병원 전공의 신형록 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신 씨의 죽음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인과관계가 인정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30일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신 씨에 대한 업무상 질병 여부를 심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신 씨는 사망하기 전 1주 동안 업무시간이 113시간이었으며 12주 동안은 주 평균 98시간 이상으로 업무상 질병 과로기준을 초과했다.

발병 전 12주 동안 2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이상, 52시간을 초과하고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 만성과로기준에 해당한다.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근무일정 예측곤란, 교대제, 휴일부족, 유해한 작업환경 노출, 높은 육체적 강도, 정신적 긴장 업무 등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는 신 씨가 지난 1월부터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과중한 책임감과 높은 정신적 긴장 등 업무상 부담 가중요인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 씨의 사인은 부검결과 ‘해부학적으로 불명’이지만 업무상질병판정위는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해 사인을 확인한 결과, 사인을 ‘심장질병(급성심장사)’로 추정했다.

업무상질병자문위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의 등 외부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으며 직업성 암, 사인미상, 자살 등 업무상 질병을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판정하기 위해 재해조사와 전문(역학)조사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대전협 "당연한 판정, 전공의 과로 근절 계기 되길"

신 씨에 대한 산재 인정을 요구해 온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같은 결정을 환영했다.

대전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근로복지공단의 너무나 당연한 판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정 결과가 전공의 과로 재해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이어 “가천대길병원과 정부는 아직 유족이나 전공의들에게 사과도 없고 반성이나 변화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판정 결과에 감사하게 생각하나, 산재 승인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특별근로감독 등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병원은 사람을 연료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공의들은 의료 최전선에서 밤낮을 지새우며 환자를 위해 묵묵히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으로 전공의가 당직 근무 중 사망하는 등 근무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전공의 과로는 결국 환자 안전, 그리고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산재 승인 판정이 난 만큼 가천대길병원은 유족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사회적으로 약속해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전공의들에게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진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대전협은 지난 3월 전국 전공의대표자 대회를 열고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 수 제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지원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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