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회, 한방난임치료 안정성‧유효성 지적…“근거 명백한 난임치료에 집중해야”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대를 반대하고 나섰다.

산부인과학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그간 한방난임 지원사업의 시행 과정과 결과들이 보여주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혈세 낭비를 통해 사업이 확대·진행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현대의학은 난임치료 영역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면서 “체외수정시술이나 인공수정을 포함한 보조생식술을 통한 난임 치료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입증된 치료법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방난임치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체계적으로 디자인된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가 매우 하다”며 “소규모의 연구들이거나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조군이 없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연구들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효용성을 주장하거나 이러한 부실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을 가지고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방난임치료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논문들이 연구방법론에 있어 심사기준이 엄격하고 신뢰도가 높은 저널에 발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보완대체의학 전문 저널에 발표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제로 다양한 질환에서 보완대체의학 관련 연구 45개를 대상으로 연구의 적정성을 평가한 논문에 의하면 고품질의 연구 (high validity trial)는 26개였고 이중 2개(7.7%) 만이 보완대체의학의 효과가 입증된 반면 저품질의 연구 (low validity trial)들에서는 19개 중 11개(57.9%)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또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인용하며 한방난임치료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산부인과학회는 “2018년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824명의 환자에서 침술치료가 생아출산율을 높이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전향적 무작위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면서 “2017년 JAMA에 1,000명의 배란장애가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서 시행된 전향적 무작위 연구에서도 침술치료가 효과가 없음이 증명됐다”고 전했다.

더욱이 “JAMA는 환자에게 알리는 소식란(patient page)을 통해 ‘한약(herbal medication)은 양질의 연구에 의해 검증이 되지 않았고 이로운 효과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표준화된 한방난임치료법이 존재하는 지와 난임 전문 한의사가 존재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한방난임지원사업의 결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한방난임치료는 표준화된 방법이 없어 각 한의원마다 한약의 성분, 복용기간, 침, 뜸 등의 치료방법이 천차만별”이라며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인정하기 위해선 표준화된 치료방법에 대한 선행연구 및 이를 통한 표준치료법 확립이 이뤄져야 하며, 이후 표준화된 치료방법을 토대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들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난임 전문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과대학, 전공의, 전임의를 거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통 탄생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한방난임치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과연 생식과정과 관련해 난임 전문의 수준의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밟고 임상에 임하고 있는지, 새롭게 규명되고 있는 생식 과정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안전성 입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한약이 자연산물 (natural product)이므로 막연히 안전할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한약은 알러지 반응, 피부질환, 천식, 두통, 어지러움, 초조감, 구강건조, 경련, 피로, 심계항진, 구역, 구토,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간독성이나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들도 보고되고 있고 다른 약제의 효과를 경감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의 한약재들이 함유하고 있는 활성 성분들이 어떠한지에 대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납, 수은, 비소와 같은 중금속 오염 등도 보고된 바 있어서 임산부 및 임신시도를 하고 있는 여성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고 권고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난임치료과정 및 임신초기에 투여된 한약성분이 태아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선 철저한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학회는 “난임 부부들뿐만 아니라 지자체들도 한방난임치료가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는, 또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떨쳐 버려야 한다”면서 “근거가 명백한 효과적인 난임치료에 집중해 시대적인 과제인 저출산 극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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