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최대집 회장 “의료계 요구 불수용 시 무기한 전면 총파업…옥중 투쟁도 각오”
일부 대표자들, 최대집 집행부 회무 성토…의료계 통합, 향후 투쟁 숙제로 남아

전국에서 모인 의료계 대표자 300여명이 문재인 케어와 원격의료 추진 등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일부 대표자들이 최대집 집행부의 특정 직역 배제 회무와 성과 없는 투쟁에 질타를 쏟아내기도 해 의료계 내 통합이 향후 성공적인 투쟁의 과제로 떠올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는 지난 18일 소공동에 위치한 더플라자 호텔에서 ‘최선의 진료를 위한 근본적 의료개혁 쟁취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료계의 단합된 투쟁만이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투쟁 참여를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제 우리 의료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잘못된 정부의 정책에 맞서고 대책을 마련해야 죽어가는 한국의료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더 이상 무기력함과 나약함은 한국의료의 미래와 국민건강을 위해 용납될 수 없다”면서 “13만 의사가 대동단결해야만 엉터리 보건의료정책을 뜯어 고쳐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힘을 모아,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회장에 출마하며 약속드린 대로 제가 앞장을 서겠다.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추억이 아닌 분명한 성과를 남기는 성공적인 투쟁으로 대한민국 의료정상화의 첫 장을 열겠다”며 “정부가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감옥에 가게 되면 옥중 투쟁을 하겠다”고 전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최대집 집행부가 완벽한 로드맵을 마련해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이 의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위해, 후배 의사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절체절명 시기”라면서 “집행부는 회원들의 투쟁열기가 약하다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대표자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반상회 등을 활성화하고 지역별 궐기대회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투쟁의 불을 지펴야 한다. 투쟁역량이 극대화되면 얼마든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집행부가)투쟁 및 협상 전반에 대한 완벽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과거 의약분업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투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성공적인 투쟁을 위해 냉철한 자기반성과 국회 및 시민단체와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제안했다.

장 회장은 “우리는 20년간 거리에서 투쟁했다. 이로 인해 얻은 게 무엇이고 잃은 건 무엇인지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면서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과 파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하는 것만이 강력한 투쟁의 상징이며 전가의 보도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자칫 흥분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문제가 아니라 병아리가 태어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걸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또 “의협이 국회와 시민단체에 대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좋든 싫든 한쪽은 우리의 나갈 길에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하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우리의 사회적 후원자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전 의료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그 동안 왜곡되어 있는 의료체계에서 의료의 기본 근간을 흔드는 원격진료 정책을 결사반대 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도 아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환자 의사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 특례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료를 국민건강권 확보가 아닌, 산업적 측면의 효과를 더 중시하는 시장경제원리에 맡기고 무엇보다 의료공급자들과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강행하는 모습은 치졸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면서 “현재 도서 산간지역의 기초적인 의료 인프라가 공백인 상태에서 이미 지방 의료체계가 붕괴가 시작되고 그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는데 공공의료의 확충에 재원을 쏟아 부어도 모자를 판에 원격진료라니 가당키나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의료계 투쟁에 전 직역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제는 투쟁을 하더라도 싸워서 이기는 법을 배워 성공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면서 “파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겁하게 전공의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 전 직역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대동단결해 최선의 진료를 위한 의료개혁에 행동으로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에 의료계 의견을 수용케 하려면 필수의료도 중단하는 강경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보험부회장 “투쟁을 성공하기 위해선 우리가 유리한 장소에서 싸워야한다”면서 “필수의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 소아과 등 정부가 두려워하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록 준비가 덜 됐더라도 적시에 행동을 하는 게 투쟁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면서 “우리가 전부 준비를 하고 투쟁에 나섰던 적이 있었나. 준비라는 건 투쟁을 하면서 하는 것이고 그러면서 회원들의 열기가 올라온다. 모든 투쟁은 때가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성과 없는 투쟁 등 집행부 성토 나와…의쟁투 해체론까지 거론

하지만 일부 대표자들은 최대집 집행부가 회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특정 직역을 배제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최대집 회장이 고생도 많이 했지만 문재인 케어(대응)을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면서 “대의원회에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정책 변경을 이뤄냈다’고 하면서 ‘정책 변경을 다시 해야한다’고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명제는 분명한데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이 상황에 왜 지난달 26일 복부 MRI 급여화 회의, 31일 비뇨생식기 회의에는 왜 의협 보험이사 2명이 참석했나”면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커뮤니티케어에 방문진료, 원격진료가 다 포함돼 있는데 커뮤니티케어와 방문진료는 찬성하면서 원격진료만 떼놓고 반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런 투쟁이 어디 있나. 이러니까 내부적으로 (투쟁이)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주 회장은 ‘의협 집행부가 의쟁투와 총선기획단 구성에서 병의협을 배제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주 회장은 “의쟁투와 총선기획단에서 병의협 위원을 안 뽑아줬다”면서 “병원 봉직의들이 투쟁에 참여 안하면 과연 투쟁이 성공하겠나.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 회장은 현 의쟁투를 해체하고 대의원회를 통해 새 투쟁 조직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회장은 “의쟁투가 지난 몇 개월 동안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결과물이 없기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해산 권고안을 냈다. 그런데 해산을 안 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의쟁투를 제대로 만들어 거기에 전국 시도의사회장이 다 참여해서 싸워야한다. 대의원회에서 만든 의쟁투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의협 강봉수 부회장은 “의협 집행부의 로드맵을 기대하고 (대표자대회에)왔는데 역시나 ‘투쟁을 하겠다’만하고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의 실패에 대해 책임질 분들은 책임을 져야한다. 의협 집행부의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최대집 집행부가 문재인 케어 대응에 관련한 내용을 회원들에게 솔직히 공개하는 한편, 저수가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회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지금은 책임론을 제기하기 보다 ‘최대집 회장을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중랑구의사회 오동호 명예회장은 “집행부에 너무 많은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좋지 않다”면서 “전문가들이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제도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를 하는데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를 비난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 명예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회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화합하는 일”이라며 “투쟁을 의협 집행부에만 맡겨 놓지 말고 시도의사회와 시군구의사회들도 나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협 김인호 고문도 “비록 (최대집 회장이)자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투쟁에)참여를 해야 하고 그 참여는 집행부가 이끌어야 한다”면서 “그간 최대집 회장이 많은 명분을 쌓아 왔고 조만간 투쟁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다. (최대집 회장을)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는 게 아니며 이런 지도자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서 “이런 지도자 아래서 마지막 전투를 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대표자들은 이날 대회에서 ▲대책 없는 문재인 케어 전면 폐기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의 의과영역 침탈행위 근절 ▲원격의료 도입 즉각 중단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정상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표자들은 “이는 정부에 보내는 마지막 요구”라며 “의료를 살리려는 의사들의 피맺힌 절규를 똑똑히 들어라. 진료실이 아닌 투쟁의 거리에서 의사들과 마주하게 되는 날, 의료를 멈춰 다시 의료를 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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