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박근칠 교수 "순차치료는 '짧고 굵게 살 것인가, 가늘고 길게 살 것인가'의 선택"

EGFR를 포함한 다양한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표적치료의 대상이 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1세대, 2세대 EGFR TKI 제제를 거쳐 3세대 EGFR TKI 제제가 등장하며 과거에 비해 선택 가능한 치료 전략의 폭 역시 넓어졌다.

국내에는 최근 3세대 EGFR TKI 제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성분명 얼로티닙)',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 기존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에 더해 1차 치료를 위한 선택지에 추가됐다.

특히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다양해지고 환자들의 치료 성적이 개선되면서 어떤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최적의 치료 전략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근칠 교수를 만나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 영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순차치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근칠 교수

- 폐암에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치료분야에도 발전이 있었다. 특히, 1~2세대를 거쳐 3세대 EGFR TKI 제제가 등장하며 '순차치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순차치료'는 현재로서 즉답이 어려운 개념이긴 하다. 미국, 유럽, 일본의 경우 3세대 EGFR TKI 제제, 즉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직 '타그리소'가 허가를 받지 못했거나, 허가는 받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처방이 어려운 국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순차치료'는 기본적으로 '짧고 굵게 살 것인가, 가늘고 길게 살 것인가'의 문제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타그리소'가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에 비해 치료효과, 부작용, 환자의 삶의 질 등의 측면에서 더 개선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그리소' 치료 후 18.9개월(FLAURA 연구에서 확인된 '타그리소'의 무진행생존기간의 중앙값) 이후 사용할 수 있는 '플랜B(Plan B)'가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질환이 악화되면 환자의 내성 기전에 따라 다음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타그리소'의 경우 C797S, cMET, 소세포폐암으로의 변이 등 내성 기전이 매우 다양하고, 각각의 내성 기전에 따른 치료제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1세대 및 2세대 EGFR TKI 제제가 '타그리소'에 비해 효과, 부작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T790M 내성 기전과 같이 1세대 및 2세대 EGFR TKI 제제를 사용한 환자의 약 50~60%가 '플랜B'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순차치료'를 진행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이 '타그리소'의 18.9개월보다 오히려 길다면 어떤 치료 전략을 따르든 기본적으로 병을 다스리는데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산술적으로 '순차치료'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치료 전략을 선택하느냐는 의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고민이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어떤 환자에서 T790M 변이가 발현될지 미리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타그리소'를 통해 약 19개월까지 환자의 삶의 질을 비교적 잘 유지시키는 대신 '플랜B' 없이 치료를 할지,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로 약 13~15개월 가량 치료를 한후, T790M 변이가 확인되는 약 50~60%의 환자들을 '타그리소'로 치료할지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 전반적으로 국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어떤 환자에서 '타그리소' 혹은 '순차치료'가 적합한가.

'타그리소'는 환자의 삶의 질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뇌전이에도 상대적으로 더 좋은 효과를 보인다. 다만, 한국에서 아직 1차 치료에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가격도 한달에 약 650만원 가량으로 매우 비싸다는 제한점이 있다. 결국 환자의 삶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곧 '타그리소' 1차 치료의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발표되면 조금 더 학술적인 논쟁이 가능할 것 같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순차치료'를 진행했을 때의 전체생존기간과 '타그리소'를 1차 치료로 사용했을 때의 전체생존기간에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한정적인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감안했을 때,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로 먼저 치료를 시작하고, '타그리소'로 2차 치료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최근 '지오트립'의 GioTag 연구 추가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지오트립'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타그리소'를 2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41.3개월이었고, Del19 변이 양성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45.7개월로 결과가 더 좋았다. 이에 대한 해석은.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근칠 교수

우선 GioTag 연구가 의도치 않게 편향성(bias)이 개입될 확률이 존재하는 리얼월드 데이터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1차 치료에 '타그리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논거는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로 1차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 중 T790M 변이 양성이 확인될 때까지 생존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타그리소'를 사용해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타그리소'로 치료하면 약 절반 정도의 환자들은 18.9개월까지 치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로 1차 치료를 시작할 경우 평균 11~13개월의 치료를 진행한 후에도 약 절반 정도의 환자는 '타그리소'로 약 10개월 이상의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Del19, Exon21 변이 양성 종양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레사' 대비 '지오트립' 1차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LUX-Lung 7 연구를 살펴보면,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분석 결과 '지오트립'으로 1차 치료를 시작하고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들에 대해 '타그리소'로 치료를 이어갔을 때 3년 생존율이 90%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순차치료'를 했더니 36개월째에 10명의 환자 중 9명은 생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환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좋은 결과를 보이는 환자군이 있는 만큼 무조건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주장의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 CNS 반응률은 어떤가. 진단 당시 처음부터 뇌전이가 있는 환자들은 어떠한 치료가 유리한가.

마찬가지다. '타그리소'가 뇌전이에 좋은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타그리소'로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 역시 뇌전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효과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환자 중 뇌에 작은 전이 병변이 있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굳이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로 치료를 시작한다. 해당 치료제들 역시 뇌전이에 효과를 보일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 한 번의 기회(플랜B)를 더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세대 또는 2세대 EGFR TKI 제제로 치료를 하면 10명의 환자 중 5~6명에서 T790M 변이가 발현되고, 이들 환자들은 '타그리소'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예상 가능한 내성 기전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타그리소'의 경우 내성 기전이 매우 다양하고 각 내성 기전이 발생하는 환자의 비율이 3%, 7%, 15% 등의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까지 '타그리소'의 내성 기전으로 확인된 것만 10가지가 넘는데, 각각의 내성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듯 현재로서는 '타그리소' 1차 치료 실패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셥은 부작용이 심한 항암화학요법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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