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한 주가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몰려…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바이오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툴젠과 제넥신 합병이 바이오 전반의 침체로 추진 두 달 만에 결국 무산됐다.

(왼쪽부터) 제넥신 서유석 대표이사, 제넥신 성영철 회장(제넥신 설립자),서울대 김진수 겸임교수(툴젠 설립자), 툴젠 김종문 대표이사. (사진=툴젠)

툴젠과 제넥신은 지난 6월 19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 이후 회사명은 '툴제넥신'. 제넥신이 개발 중인 면역 항암 및 유전자 백신에 툴젠이 보유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 차세대 CAR-T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두 회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CAR-T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양사의 합병이 시너지 창출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악재로 하락한 주가가 툴제넥신 탄생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 두 회사가 지급해야 할 매수대금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난 것.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에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 제넥신 주식매수청구 주식수는 보통주 344만2,486주(2,338억원) 우선주 146만5,035주(986억원), 툴젠 주식매수청구 주식수는 보통주 151만3,134주(1,221억원)으로 나타났다.

합병을 이어갈 경우 제넥신과 툴젠은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합병 계약에서 양사가 결정한 매수 한도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계약에 따르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에 따라 제넥신과 툴젠이 지급해야 하는 매수 대금이 각각 1,300억원, 5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즉, 제넥신이나 툴젠 어느 한 쪽이라도 매수 대금 한도치를 넘는 경우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물론 이 조항에도 불구하도 양사가 합병을 밀어붙일 수 있지만 제넥신과 툴젠은 각각 1,000억원과 300억원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을 감내할 여력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제넥신은 20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합병 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해 툴젠과의 합병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예상치를 넘은 배경엔 최근 인보사 사태, 바이오 대장주의 3상 임상시험 실패 및 신약 개발 지연 등에 따라 악화된 바이오 투심으로 하락한 주가 영향이 컸다. 합병 발표 이후 보통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제넥신과 툴젠은 바이오 섹터 전반의 침체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합병을 처음 발표한 6월 19일 제넥신과 툴젠의 주가는 각각 6만6,500원, 8만1,900원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 19일에는 5만2,500원, 5만3,500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양사의 주식매수권 행사가격은 제넥신 6만7,325원, 툴젠 8만695원이다. 19일 종가 기준 양사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22.0%, 33.7% 낮아졌다.

이렇게 양사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매수권 행사를 희망하는 쪽으로 주주들이 몰린 것이 합병 무산의 계기가 됐다.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데 따른 합병 무산에 양사도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툴젠은 "그간 합병 목적과 시너지를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무역분쟁 등 불안한 경제 상황과 국내 바이오산업의 여러 악재들로 인해 증권시장은 침체를 겪었고, 그 결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지급해야 하는 매수대금이 합병계약서 상의 금액을 초과해 합병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제넥신 서유석 대표도 "지난 6월 19일 툴젠과의 합병계획을 발표한 이후 바이오 업계와 국내외 주식 시장에서는 합병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며 "전체적인 증시 침체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으로 행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합병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가 지닌 핵심 기술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공고하고, 합병이 무산된 이후에도 공동연구를 통한 협력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추후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툴젠은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 및 제넥신을 포함한 M&A 재추진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제넥신과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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