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정 제기된 정신병원 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부모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6월 정신병원에 입원한 김모씨는 그 과정에서 병원 측이 심근경색 발생 시 즉시 치료하기 어렵다며 호흡곤란으로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씨는 응급입원에서 보호입원으로 전환된 환자였다.

병원 측은 중환자실이 없어 심근경색이 오면 즉시 치료를 할 수 없는 만큼 김 씨 측에 종합병원에 입원해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씨의 보호자 측이 종합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 심근경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섦여하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아야 했다는 게 병원 측 입장이다.

또한 김 씨의 모친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미성년자인 아들과 딸에게 동의서 내용을 설명한 후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2일 “김 씨가 응급입원 및 보호입원 등을 한 것으로 보아 자·타해 위험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의사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는 아니었다”며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호의무자나 법정대리인도 아닌 미성년 자녀로 하여음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일반적인 인권격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예기치 못하게 사망해도 병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 내용이 미성년 자녀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한다며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병원 측에 향후 유사 사안이 발생하면 환자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미성년 자녀로부터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한 관할 구청장에게도 관내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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