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은백린 학술이사, "산업계의 학회 지원, 대부분 판매 촉진 목적 없어"

산업계가 학술단체에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과 달리 판매 촉진의 목적이 없으므로, 공정경쟁규약을 임의로 확대 해석해 학회 지원을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2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새로 바뀌는 국제학술대회 공정경쟁규약 내용은'이라는 정책 토론회에서 의학회 은백린 학술이사(고려의대 소아청소년과)는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그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세계 의료인들이 우리나라를 찾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의학 관련 학회들이 견인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성장의 동력에는 산업계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는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모임으로,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며 "지금까지는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회원들의 재능기부에 의존해 온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의 의견조회 대부분이 재능기부이며, 학생과 전공의를 위한 교육 관련 시스템 개발 역시 대가없이 이뤄지고 있는 학회의 업무라는 것이다.

은백린 이사는 "각 대학마다 요구하는 연구, 교육, 진료 및 행정과 관련된 업무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책임 지도전문의를 포함한 지도전문의 제도의 활성화, 양질의 전공의 교육을 위한 전공의 수련프로그램과 평가 시스템 개발을 학회가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 이러한 여러 공익사업을 하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가 외부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은백린 이사는 "2010년 11월 말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과정에서 불법적인 이익을 주고받은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 제도가 도입 시행됐다.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종사자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판매자로부터 판촉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경우와 업자 등이 이를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경우 처벌 받도록 되어 있다"며 "하지만 쌍벌제는 부당 이득을 챙긴 의료인 등을 처벌하는 것이지 학술단체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경쟁규약을 임의로 확대 해석해 학회 지원을 규제하는 것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 등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은 사실상 판매 촉진이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학회의 경제적 이익 제공은 대부분 판매 촉진 목적 없이 제공된 경우라는 주장이다.

은백린 이사는 "실질적으로 의학 연구에 꼭 필요한 활동이나 판매 촉진 목적이 없는 경우라도 공정경쟁규약은 허용 범위 외에는 금지하고 있다"며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유형 이외의 정당한 학술, 연구 활동 등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단체의 자율적 규제(공정경쟁규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규약심의기구의 판단기준에 따라 허용범위가 달라지는 등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은백린 이사는 "자칫 규제 권한을 지닌 심의기구에서 심의 자체에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고, 과도한 규제로 인해 정당한 학회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백린 이사는 "현재 규약상 국제학술대회 기준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며 "하지만 국제학술대회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서 그 수가 늘어나면 또 다른 규제카드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어, 국제학술대회 기준 개선과 더불어 국내학술대회 지원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이 논의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는 국제학술대회 공정경쟁규약 개정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의협 이우용 학술이사(성균관의대 외과)는 "국제학술대회 규약 개정은 전문가 단체의 자율 규제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심사에서 심사표를 도입해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결과 보고 의무화를 통해 결과 관리를 강화하며, 규약의 외국인 수에 대한 정의를 현실에 맞게 변경하고, 불승인 근거를 추가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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