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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높고‧워라밸 좋아도 안뽑히는 ‘입원전담전문의’…해법은?

기사승인 2019.09.09  0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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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 문제보다 미래 내다본 준비 필요…인식 전환 위해 스스로 연구 등 돌파구 찾아야

보건복지부가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정착을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시 전공의 정원을 늘려주는 당근책까지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선 병원들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불만이 적지 않다. 높은 임금과 워라밸 보장 등을 내걸어도 입원전담전문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는 최근 내과 입원전담전문의 채용공고를 낸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병원의 채용공고에 따르면 근무시간은 주 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주말 근무 및 야간 당직도 없다. 입원환자 20명 기준으로 세전 연봉이 2억이며, 퇴직금도 지급한다. 입원전담교수로서 임상조교수 수준의 휴가 및 학회 참석 보장 및 지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병원은 1명을 모집하지 못해 여전히 채용을 진행중에 있다.

이처럼 높은 임금과 워라밸 보장이라는 근무조건에도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자가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시범사업 초기부터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전문의가 전문의로부터 환자 진료에 대한 오더를 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의료계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본사업을 위해 지금 당장 판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입원전담전문의가 가지는 장점을 선전하는 것도 좋지만 장점을 부각하는 식으로는 관심이 쉽게 꺼질 것이란 우려다.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들 스스로 입원환자와 관련한 연구영역을 찾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꿀보직’ 장점만으로 입원전담의 오래 못 가

아직 본사업도 시작되지 못해 직업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을 원하는 병원들은 초임 교수들보다 높은 임금과 낮은 근무강도 등을 앞세워 (입원전담전문의)채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높은 임금과 좋은 근무환경이 게속 이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입원전담전담의에 대한 대우가 기존 임상의사에 비해 좋아진 것은 스스로 가치를 높여서가 아니라 제도 도입기에 주변 환경이 영향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는 “개인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군이 병원 내과계에서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잡고, 병원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 의료진들의 도움 만큼, 입원전담전문의 사이에서도 의료환경에 대한 고민과 입원전담전문의의 미래를 대비하는 내부 논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일하는 다른 직종 전문의들이 갖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 병원 내 다른 직종과 직업군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꾸준히 듣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야 새로운 직군으로서 미래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 교수는 “지금 내과계, 특히 중증도 높은 환자를 보는 급성기 병상에서 입원전담전문의는 꼭 필요한 직군"이라며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현실적으로 내과계 전공의 수련이 3년으로 줄고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해 현장에서 전공의 업무 공백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진 것은 스스로 가치를 높였다기 보다 주변 상황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것. 때문에 직업 영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황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배 교수는 조언했다.

특히 배 교수는 극단적으로 전공의와 교수들이 늘어나도 입원전담전문의가 갖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기존 전문의 직군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해도 많은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을 못하고 있다. 원인을 생각해보면 교육병원이 아닌 병원에서의 더 높은 급여도 문제가 되겠지만, 교육병원 내에서는 현재 상태로는 입원전담전문의의 낮은 직업 영속성, 안정성, 낮은 자긍심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며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다시 4년으로 늘어날 경우 병원 입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만이 갖는 새로운 장점을 확립하는 것이 병원 내에서 영속적인 신규 채용과 유지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결국 입원전담전문의를 꿀보직으로 생각한 채용이나 결정은 일시적일 뿐”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들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당장 1~2년은 좋을 수 있지만 채용 후 10~15년 이상 단순한 입원환자 진료만 해서는 병원 내 전문의로서 자긍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함께 전문의를 취득한 동기나 선후배들은 임상의사로 정교수가 되고 전문분야 학회에서 일을 해내고 병원 내에서 행정 보직을 맡으며 일을 해나갈 때, 스스로 뭔가를 찾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전문인으로서 장기간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더 늘리면 어떤 부분에서 좋아지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래에도 전공의 부족, 상급종합병원 지위 유지, 전공의 수 확보 등 복지부 인센티브 등을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근거로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아직은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적으니까 꿀보직이라는 점으로 채용을 늘려 판을 키우는 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이 작전은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에게도 전문인으로서 자긍심을 만들어 갈 수 없는 일”이라며 “(꿀보직을 앞세우는 것은) 판을 키우기 위한 일시적인 작전으로 생각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직종 도입, 시스템 변화가 필수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김준환 홍보이사도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면 이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기존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입원전담전문의제도만 도입하게 되면 (입원전담전문의와 주치의 등 사이에) 갈등을 겪게 되고 문제가 생긴다”며 “아직 역할 정립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마저 변하지 않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연구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그럼에도 작년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한내과학회 등 학계에서 산하에 입원전담전문의 관련 연구회를 만드는 등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구회를 통해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여러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미국에서도 20여년 전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도입됐지만 최근 5~6년 간 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입원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문적 영역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도입으로 인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는 대부분 만족도 조사였다면 이제는 의학적 지표를 활용해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이사는 “지금은 초기기 때문에 수요‧공급 측면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입원전담전문의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이같은 조건을 보지만 나중이 되면 입원전담전문의의 직업성을 고민하고 미리 준비한 병원이 (채용에)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지금 당장 필요없어 보이더라도 구직자들이 언젠가는 연봉보다 연구프로그램 등 입원전담전문의를 병원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병원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만 전체적인 시스템도 한단계 발전해야 하고 병원들도 노력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질병연구 못할 것 없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임상의사와 마찬가지로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 신동호 회장(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은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하면 다른 분과와 겹치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안전, 재원기간 등 시스템과 관련한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 것처럼 우리도 입원환자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 연구는 입원환자 케어를 전담하면서 궁금증을 풀어 답을 찾는 과정이다. 어떻게 환자를 더 효율적으로 볼까, 안전하게 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찾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질병, 치료, 진단 전 과정에 대해 다 연구할 수 있다. 연구분야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한내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직접 마련한 별도 심포지엄을 준비 중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내과학회에서 마련한 입원전담전문의 관련 세션은 있었지만 그런 세션에서 입원전담전문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피교육자였다”며 “스스로 특정 주제를 공부하고 싶어서 만든 세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번 내과학회 추계 학술대회부터 입원전담전문의 별도 심포지엄이 마련된다. 그러려면 당연히 환자 관련 최신 가이드라인 등을 공부해야 한다”며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돌아보고 공부하길 바란다. 다른 선생들의 견해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성순 기자 kss@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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