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의대 이지영 교수 "다른 질환에서 기인한 이차증상일 수 있어…산부인과 진찰 필요"

'월경통'이나 '월경과다증'은 그 자체가 질환이지만, 자궁내막증 등과 같은 질환으로 나타나는 이차적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증상을 해결해야 합니다."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상임이사 이지영 교수(건국의대 산부인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임, 월경통, 월경과다증 등의 여성 질환이 간과되고 있다며, 전문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성인 미혼 여성 1,3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부인과 인식 및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53.2%(699명)가 월경통, 월경과다 등 생식기계 이상 증상을 경험했으며 그 중 56.9%(398명)는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았다.

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 국내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 중 40.2%는 당시 피임을 전혀 하지 않았고, 47.1%는 피임을 했다 하더라도 월경주기법, 질외사정법과 같은 불완전한 피임 방법을 사용해 여성 건강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함을 보여줬다.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상임이사 이지영 교수(건대의대 산부인과)

이지영 교수는 "월경통이나 월경과다로 병원을 방문하는 여성들이 있지만, 대다수는 월경통을 참고 견디며 방치하고 있다"며 "월경과다증 역시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월경과다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0~20% 정도가 월경과다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의학적으로는 한 주기당 월경량이 80mL를 초과하는 것이다.

이지영 교수는 "여성이 스스로 월경량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월경량이 많다고 느끼거나, 생리대를 자주 갈거나, 수면 시 월경혈이 샐까봐 걱정이 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다면 임상적으로 월경과다증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월경통, 월경과다와 같은 증상은 여성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골반과 자궁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반드시 원인을 알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경통은 골반 장기의 이상이 없이 발생하는 원발성 월경통(일차성 월경통)과 자궁내막증 등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속발성 월경통(이차성 월경통)이 있는데, 검진을 받기 전까진 본인이 그 원인을 스스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산부인과 진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지영 교수는 "실제로 월경통 때문에 내원했다가 난소의 혹을 발견해 수술 받는 환자들도 많다"며 "월경통과 월경과다증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고, 월경통 등 불편한 점이 있으면 산부인과를 방문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증상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많은 여성이 월경 관련 질환을 '당연히' 겪는 증상, 타고난 체질의 문제, 일시적 문제 등으로 생각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고려하지 않는데, 가임기 여성이라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본인에게 적합한 피임법과 치료법을 상담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교수는 최근 정부가 35세 이상 흡연여성의 복합경구피임약 복용 금지에 따른 피임법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데소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 등 복합경구피임약이 35세 이상 흡연 여성에서 심혈관계 부작용(혈전증 등) 위험을 높일 수 있음 경고했다.

이에 따라 머시론, 마이보라 등 일반의약품 복합경구피임약 17개 품목과, 전문의약품 복합경구피임약 3품목에 '35세 이상 흡연자는 이 약을 투여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8월 15일부터 추가됐다.

이지영 교수는 "복합경구피임약에 함유돼 있는 여성호르몬 성분을 복용하면 체내에서 다양한 단백질의 합성이 이뤄지는데, 이것이 심혈관계 질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전에도 산부인과 의사들은 흡연 여부 및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피임약을 처방해왔다. 그러나 이미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터울 조절', '단산' 등을 위해 피임 상담을 받으러 오지, 미혼자가 피임 때문에 산부인과를 내원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35세 이상 흡연여성의 복합경구피임약 복용 금지에 따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궁 내 삽입 시스템(IUS)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이지영 교수는 "대표적인 IUS인 '미레나'의 경우, T 바디에 '레보노르게스트렐'이라는 성분의 호르몬이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이 자궁내막을 얇게 유지하고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월경 시 탈락되는 자궁내막 자체가 줄어들어 월경과다 증상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경통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월경 시 과도하게 분비돼 자궁근육을 수축시키거나 다른 곳을 자극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데, 미레나의 '레보노르게스트렐'은 내막을 위축시켜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월경통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영 교수는 "월경과다증은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혈액응고장애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도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미레나를 사용할 수 있다"며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으나, 해당 질환이 있을 때 증상 조절만으로도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레나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레나는 폐경 후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에서 자궁내막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폐경 이후에 체내에서 발생하는 '에스트로겐'이 줄면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이를 보충하게 되는데, 이때 에스트로겐 단독 투여 시 자궁내막이 두꺼워져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영 교수는 "미레나는 자궁내막을 꾸준히 얇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폐경 후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에서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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