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뜰까④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신약 없던 절제불가 3기 폐암 표준요법 등극

전세계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면역항암제가 4기에 이어 3기 폐암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다. 이 약은 ‘백금 기반 동시적 항암화학방사선요법(Concurrent chemoradiotherapy, CCRT) 이후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절제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를 적응증으로 지난해 12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3기 비소세포폐암 중 절제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완치가 가능한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핀지 출시 전까지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시행하고 이후 질병의 진행을 관찰하는 것, 즉 관찰과 기다림(watch & wait)만이 유일한 표준치료법이자 치료 방법이었다. 이 환자들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다양한 연구들이 이뤄졌지만 안타깝게도 유의한 개선을 확인한 결과는 없었고, 4기로 진행되는 환자가 약 90%에 달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절제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생존 개선을 확인한 글로벌 3상 임상 PACIFIC 연구의 중간결과가 NEJM에 게재된 지 3개월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핀지의 사용을 빠르게 승인했다. 이어 10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가 해당 환자에서 최우선 사용을 권고(category 1)하면서, 임핀지는 등장과 동시에 표준요법 자리를 꿰찼다.

PACIFIC연구의 가장 최신 업데이트인 3년 추적 결과에 따르면, 3년 시점에서 임핀지 치료군의 전체생존율(OS)은 57%로 위약군 43.5% 보다 높았다.

임핀지는 위약군에 비해 사망 위험을 31% 감소시키며(HR 0.69; 95% CI, 0.55-0.86), 1년 투약으로 장기적인 생존 개선 효과를 유지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임핀지의 전체생존기간 중간값(median OS)은 아직 도출되지 않은 반면(95% CI, 38.4 months-NR), 위약군은 29.1개월(95% CI, 22.1-35.1)로 나타났다.

임핀지는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3기 비소세포폐암에서 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 고전적 항암치료인 백금기반요법(platinum based chemotherapy) 이외에 방사선요법과 함께 3기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한 유일한 항암제다.

절제(수술)가 불가능하더라도, 생존 연장을 목표로 하는 4기와 달리 3기 비소세포폐암은 ‘완치적 목적’으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임핀지의 이러한 병기 확장은 의미가 크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는 “임핀지는 항암화학방사선요법 이후 완치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수십년 만에 1년이라는 치료기간을 통해 임상적 효과를 개선한 치료제가 등장한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핀지의 이러한 효과는 방사선요법과의 시너지 효과에 기인한다. 임핀지의 전임상 결과, 방사선요법이 암세포의 PD-L1 발현을 높이는 것을 확인했고, 임핀지는 상향조절된 PD-L1에 결합해 면역 반응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종양 증식을 억제한다.

임핀지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기전으로 작용해 대체로 우수한 내약성을 보인다. 임핀지 투약 시 가장 흔하게 발생한 이상사례는 기침(35.2%), 피로(24.0%), 호흡 곤란(22.3%) 등 이전 연구 결과와 유사했다. 3등급 또는 4등급의 이상사례를 경험한 환자의 비율은 30.5%로 위약군 26.1%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모든 원인에 의한 5등급 이상의 이상사례 발생률 또한 4.4%로 위약군 6.0%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면역항암제의 승부처인 폐암 분야에서 최초로 3기를 공략한 임핀지. ‘방사선 시너지(다학제)’와 ‘완치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앞세워 면역항암제 시장을 재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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