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검진항목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시범사업 통해 근거 더 마련 필요"

대한간학회가 수년 전부터 C형간염 퇴치 방안으로 제안해왔던 'C형간염 항체검사 국가검진' 도입이 당분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며 학회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 '국가검진의 사각지대, C형간염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좌)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 이형민 과장(우)

정영기 과장은 "2010년 건강검진 항목 도입 원칙 5가지가 만들어진 이후 추가된 항목들의 경우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편"이라며 "그 점으로 봤을 때 C형간염은 두 가지 주요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기 과장이 지적한 두 가지 문제는 C형간염의 낮은 유병률과 국가검진 도입의 비용효과성이다.

정영기 과장은 "현재 국내 C형간염의 유병률은 평균 0.6~0.7%"라며 "이는 항체 양성 유병률로 실제 C형간염 환자는 이보다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검진사업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비용효과면을 고려해 정부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시범사업 결과 변별력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C형간염이 국가검진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에 대한 근거를 더 마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정영기 과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7만7,000여명에서 항체검사를 시행했는데 항체 양성 판정 환자가 1,150명, 이 중 확진된 신환은 149명이었다"며 "이는 1,000명을 검사하면 2명의 C형간염 환자를 찾아내고 나머지 998명에서는 '헛돈'을 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항체검사 후 양성 환자에서는 확진검사에 대한 비용이 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정영기 과장은 "C형간염은 현재 완치제가 있기 때문에 환자를 잘 찾아내는 게 중요한 데, 그 방법이 국가검진 항목 포함은 아니라는 게 복지부 판단"이라며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내년부터 퇴치를 위한 시범사업 추진할 예정이며, 그 시범사업 이후 근거들이 쌓이면 그 근거들을 가지고 효과적인 퇴치 방안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본 의료감염관리과 이형민 과장도 "내년 C형간염 조기발견사업으로 9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며 "이를 2년 정도 수행한 후 근거를 마련한다면 그때 국가검진 항목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고 전했다.

반면 패널로 참석한 대한예방의학회 기모란 총무이사(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는 "모든 만성질환은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C형간염은 검진 자체가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질병과 달리 C형간염의 경우 검진 등으로 조기에 발견해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것이 예방의 최선이라는 지적이다.

기모란 총무이사는 "감염병 관리는 감염원 관리, 전파 방지, 면역원 증가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방법인데, 면역원 증가가 불가능한 C형간염은 감염원 관리와 전파 방지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며 "하지만 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은 없어 감염원을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확산을 막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단계적 관리가 가능한 여느 만성질환과 달리 C형간염 관리는 일시에 이뤄져야 하며 남아있는 환자 있으면 안된다"면서 "같은 돈을 쓰더라도 일시에 치료해버리는 게 가장 비용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학회가 제안한 C형간염 항체검사 국가검진이 비용효과 면에서 떨어진다는 복지부의 주장에 반박하며 "생애 1~2회 시행하는 방안은 이미 비용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국제 논문으로도 발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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