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을 억제한는 경구용 피임약은 결과적으로 난소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고, 자궁내막 형성을 막는 피임법은 주기적으로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추후 자궁내막증이나 기타 질환으로 진행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말이다. 계획 임신, 건강한 출산을 넘어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도 '피임'은 중요한 생활습관 노하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건강을 위한 피임’이란 개념은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조차 생소했다. 일반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상황은 임신을 피하기 위하거나 월경통이나 월경과다증을 치료할 때 등으로만 생각해 왔다. 평상시 피임을 유지함으로써 생식기 질환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결과적으로 여성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기자도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정보가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해, 산부인과 교수에게 이유를 물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인 지금, 피임의 유익함을 말해도 들어주는 곳이 없네요.”

산부인과 전문의도, 피임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도 언론을 상대로 피임약 복용이 여성 일상건강에 효과가 있음을 알리려 했지만, 번번이 '저출산'에 밀려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건강은 저출산과 반비례한 것일까?

“계획적이고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도 피임은 중요해요. 자궁과 난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계획한 임신을 함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앞서 대학병원 교수를 비롯해 기자가 만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월경통, 월경과다증 등을 그저 '자연의 섭리'라며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게 아니라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해 치료하고, 스스로 의도한 시기에 임신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여성 건강 그리고 저출산에 대한 언론의 접근이 더욱 신중하고 심도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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