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검진 실효성 지적에 반박…"검진 도입 필요성은 미국·유럽 한 목소리"

지난 7월부터 실시된 국가 폐암 검진을 두고 제기된 실효성 논란에 대한폐암학회가 조목 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과잉 진단으로 비용 낭비가 크고 사망률 감소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며, 여러 연구 등을 통해 폐암 검진이 장기적으로 폐암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폐암학회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암 검진을 반대하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정부가 실시하는 국가 폐암 검진은 만 54~74세 국민 중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검진을 실시하는 것이다.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생존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에 대해 과잉진단예방연구회 등은 폐암 검진의 효과가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국가 폐암 검진은 위양성(검진에서 폐암 소견이 나왔지만, 최종 확진 검사에서는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는 경우)이 높아 불필요한 추가 검사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한 비용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폐암 검진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연구는 미국의 대규모 연구인 NLST 연구 하나뿐이며, 이 연구마저도 효과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학회는 폐암 검진의 효과를 증명하는 근거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폐암학회 장승훈 홍보이사는 "미국은 NLST 연구를 통해 CT 검진군이 단순 흉부 엑스레이 검진군보다 사망위험률이 20% 감소했다고 밝혔고 이탈리아 MILD 연구에서도 10년 시점에서 LDCT 검진군이 아무것도 찍지 않은 군보다 폐암 사망위험률이 39% 감소했다"며 "해외에서 폐암 검진의 효과를 발표한 연구들은 차고 넘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NELSON 연구, 독일의 LUSI 연구 등 폐암 검진의 효과를 입증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6일 열린 대한폐암학회 간담회에서 설명 중인 국립암센터 김열 교수

또 국내 폐암 검진 시범사업을 해보니 위양성 환자 비율이 미국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확진 검사 과정에서의 부작용 발생률도 현저히 낮았다고도 했다.

국립암센터 김열 교수는 "시범사업 실시 결과, 문제가 되는 위양성률은 14.6%로 미국 NLST 연구(26.6%)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미국보다 강화된 판정 기준을 마련했고, 질관리 등을 통해 위양성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 검사 과정에서의 부작용 발생률도 0.9%로 미국(3.4%)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폐암 검진 참여자의 조기폐암(1,2기) 발견율은 68.4%로 우리나라 전체 폐암 등록 환자(2012~2016년 등록자 기준)의 발견율 21%보다 3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또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팀이 시범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분석한 비용효과 결과도 공개했다. 폐암 검진을 실시함으로써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분석한 결과, 수명을 1년 연장하는데 약 2,600만원, 건강수명을 1년 연장하는데 약 2,800만원이 추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추가 소요 비용이 WHO 권고기준 및 1인당 국민소득수준 3만 달러보다 낮아 비용효과적으로 평가된다"며 "이 정도 추가 비용은 국가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국가 검진에 적용된 저선량 흉부 CT(LDCT) 검사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시범사업에서 미국보다 위양성률이 낮게 나타난 이유는 양성으로 판단하는 폐결절 크기 기준을 더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보통 양성으로 판단하는 폐결절 크기 기준은 4~6mm인데 NLST는 기준을 4mm로 잡은 반면, 국내 시범사업은 6mm로 높여 잡았다.

장 이사는 "미국 NLST 연구에서 양성 판정 기준 변경에 따른 검진 지표 변화를 보면 기준을 4mm에서 6mm로 높여 잡았을 때 민감도가 약 10%p 낮아지지만 위양성률도 26.6%에서 12.8%로 낮아진다"며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놓치는 환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기준을 높여잡았다"고 설명했다.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세운 폐암 검진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단계 민감도가 높은 검사로 폐암 가능성이 있는 케이스를 추리고 2단계 특이도가 높은 검사로 폐암 가능성이 낮은 케이스를 걸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학회는 향후 보다 실효성 높은 폐암 검진을 위해 고위험군 대상을 찾는 폐암 발생 예측 모델 개발 등 국가 검진이 나아가야 할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는 흡연력·연령 등 위험인자에 기반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맞는 예측 모델을 개발해 대상군을 선택하면 폐암진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폐암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도 과제다.

장 이사는 "폐암 검진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가이드를 명시하고 있고, 유럽도 최근 논문에서 국가가 폐암 검진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검진에 대한 근거자료는 이미 충분하다"며 "다만 검진의 효율성을 더 올리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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