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내분비내과 박태선 교수

매년 11월 14일은 유엔이 정한 당뇨병의 날이다. 이 날은 당뇨병치료에 한 획을 그은 인슐린을 사용할 수 있게 한 반팅 교수의 생일날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당뇨병이 급격하게 늘고 있음은 이제 국민 대다수의 상식일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지만, 늘어나는 환자수 만큼 당뇨병 합병증을 가진 사람들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률은 30세 이상에서 14.4%, 65세 이상에서는 29.8%이지만, 당뇨병 조절 목표에 도달한 환자비율은 당화혈색소 6.5% 이하인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25.1%로 낙제점이다.

2018년에 발간된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고혈압 진료비용으로 3조1,200억원을 쓰고 목표 도달률은 71.1%까지 증가했으나 진료비가 2조2,200억원에 달하는 당뇨병의 목표 도달률은 23.1% 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에서 당뇨병이 동반된 입원환자들이 6명에 1명 꼴인데 이들의 입원기간은 더 길고, 입원비는 더 많이 소요되며, 재입원율도 더 높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많은 당뇨병 예방 및 관리 관련한 시범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의 당뇨병 관리의 현실은 이러할까.

‘당뇨병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을 낮추는 약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위의 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이 굳게 믿고 있는 약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약만 먹고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혈당은 오히려 더 올라갈 수도 있음을 '반드시' 인식시켜야할 때다.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대체요법들을 쓰고,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는 환자들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뇨병이 왜 생기는가에 대한 이유는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지만 관리법은 첫째 식사요법, 둘째 운동, 세 번째가 약 복용으로 동일하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에게 ‘생활습관을 바꾸세요’라고 말하는 데는 2초도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을 하도록 교육하고 바꿨는지 확인하고 방해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육과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 조절률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입원율이 높은 이유가 일차의료의 핵심인 제대로 된 당뇨병 교육과 예방, 그리고 혈당 모니터링이 당뇨병 진료현장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언제쯤 인정할까?

2017년 OECD는 우리나라가 성인 당뇨병으로 인한 입원율이 10만명 당 281명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입원환자가 10만명당 73명 밖에 되지 않는 영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당뇨병 입원환자 관리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해마다 관리 상태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고 있지만, 1년에 20만명 이상이 당뇨병과 병발된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우리나라는 입원환자는 도외시하고 오직 외래 환자를 어디서 봐야하는가에만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보험제도와 의료환경을 가진 대만만 해도 피할 수 있는 당뇨병 입원환자의 비율이 1,000명 당 15명으로 우리나라 32명의 절반 수준이다. 당뇨병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뇨병은 경증질환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환자 관리를 할 것인가가 아니고 오직 어디에서 해야 하는가에만 관심이 있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것만이 당뇨병 관리의 후진국에서 벗어나 더 기쁘게 성숙한 ‘당뇨병의 날’을 맞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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