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의'라고 소개하며 구체적인 복용 일정까지 소개…A씨 의원에 환자 문의 빗발쳐
의료계 "효능이 있다고 해도 정확한 용량 아무도 몰라"…법적으로 제재 못해 난감한 학회·정부

구충제를 복용하던 암환자 여럿이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이 중 한 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펜벤다졸 복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 전문의가 펜벤다졸 복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 유튜브 영상을 올려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복용하지 말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인 A씨는 유튜브를 통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료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씨는 펜벤다졸이 이슈화 된 이후인 지난 10월 7일 유튜브 채널에 '강아지 구충제 사람에게 안전한가?'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인 A씨는 유튜브 채널에 펜벤다졸 복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영상을 올렸다.

A씨가 영상을 통해 펜벤다졸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4가지다.

우선 40년 동안 안전성이 입증됐으며, 인체흡수율은 20%로 매우 낮아 독성을 보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구충제의 작용원리가 기생충 같은 하등세포에 독성이 크고, 사람이나 포유류 등 고등세포에서는 독성이 적으며, 3일 연속 복용하더라도 4일을 쉬면 대부분 약성분이 배출되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이 영상에서 “펜벤다졸은 강아지 구충제인데 사람이 먹는 구충제는 메벤다졸, 알벤다졸이다. 기본 몸통은 같다. 1970년대 초중반에 개발된 약이며 40년 간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다. 펜벤다졸은 강아지가 먹고, 메벤다졸과 알벤다졸은 사람이 먹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액상 펜벤다졸의 경우, 사람이 한 번에 2,000mg을 먹어도 급성부작용은 없었으며, 사람구충제인 메벤다졸, 알벤다졸도 약국에서 구매해 복용할 수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A씨는 해당 영상에서 “암에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걸 먹어도 되느냐 마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약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A씨는 또 다른 영상에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강아지 구충제 복용법도 알려줬다. A씨는 진행이 빠르고 다발성 전이암인 환자들에게는 펜벤다졸 222mg(1g 과립제품 기준)을 하루 4회씩 3주동안 매일 복용하고, 3주가 지난 후에는 하루 1~2회 각 222mg을 3일 간 복용하고 4일 쉬도록 권했다.

이렇게 고용량으로 복용해도 되는 근거로 과거 뇌에 기생충이 존재하는 게 확인되면 사람 구충제인 메벤다졸 등을 2,000~3,000mg까지 고용량으로 3주 이상 장기간 복용했었다는 것을 내세웠다. 뇌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고용량을 복용해도 사람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암환자 역시 고용량을 3주 간 복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효과를 본 환자들이 이후에 복용해야 하는 펜벤다졸의 양과 복약 일정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약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담즙이 나올 수 있도록 식사 직후 복용하거나 60~100cc의 올리브오일(생들기름)과 복용해야 한다는 것. 담즙이 음식을 먹거나 기름을 다량먹었을 때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당 영상들의 조회수는 많게는 15만회에서 적게는 1만회에 달하며, 해당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A씨야말로 진정한 의사라며 고맙다는 취지의 댓글을 올렸다. 이같은 댓글은 500여개도 훌쩍 넘는다.

또한 해당 영상이 올라간 이후 A씨가 운영 중인 의원에는 환자들의 문의전화가 몰려 진료예약을 잡기 위한 전화연결조차 힘든 상황이다.

본지 역시 여러 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한 끝에 의원 관계자와 겨우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A씨에게 취재 문의를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며칠을 기다려도 A씨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A씨의 이런행보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의협은 펜벤다졸 복용에 대해 “다른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는 진행성 암환자와 그 가족의 경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하겠다’는 심정은 이해는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로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나았다는 사례는 집단 비교를 거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 경험에 의한 사례 보고이므로 근거가 미약한 주장”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외과 전문의인 B씨도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전문의를 행보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A씨는)강아지 구충제가 효과가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용량과 스케줄을 아는 것인가. 방사선 치료가 세부전공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왜 굳이 본인을 '치료방사선과 전문의'라고 소개하지 않고 '암전문의'라는 의사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타이틀로 본인을 소개하면서까지 강아지 구충제의 복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걸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사들은 펜벤다졸 효과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먹지말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기 암 환자들의 '지푸라기 잡는 심정'을 건드릴 수 없어서다"라며 “설사 구충제가 말기암에 효능이 있다고 생각해도 정확한 용량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구충제를 말기암 치료제로 쓰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역시 해당 영상 때문에 난감한 상태다.

방사선종양학회 이종훈 총무이사(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는 “10월에 해당 전문의에 대한 제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법적으로 의사의 치료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학회가 징계를 내리거나 입장을 내기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펜벤다졸 관련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이유로 의료인을 행정처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의료법상으로는 방송법상 방송에서 거짓 또는 과장해서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지만 유튜브는 방송법상 방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펜벤다졸 관련 내용은) 의료법상으로도 그렇고 내용적으로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현재 복지부가 (펜벤다졸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대해)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토의뢰가 정식으로 온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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