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인공수정 임신율과 한방난임 연구 임신율 비교는 넌센스…즉각 중단해야”
한의협, 오는 23일 '2019 한의약 난임지원사업 성과대회’ 개최…정부 지원 촉구 예정

한의계가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 확진율이 인공수정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자 의료계가 정면으로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해당 연구로는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동국대 김동일 교수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으로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을 비롯 3개 한방병원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수행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만 20~44세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임신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100명 중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가운데 13명이 임신에 성공했고 임상적 임신율(임신 6주경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심박동이 확인된 경우)은 14.4%이며, 7명이 만삭 출산해 생아출산율은 7.7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교수는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방난임 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한방난임 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른의료연구소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연구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한 연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연구는 대조군이 전혀 없는 비대조군,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임상시험이었다”면서 “이런 연구디자인으로는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전혀 입증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김 교수가 연구의 한계로 ‘난임 환자 진료의 윤리적 현실과 시간, 비용 등의 한계로 인해 대조군이 없는 전후비교 임상연구로 설계’한 점을 꼽았다”면서 “그러나 이 해명은 연구가 실패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외국에서는 난임치료법의 유효성 평가를 휘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와 연구 대상자의 사전 동의를 받은 후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수도 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국에서는 침구치료가 의학적 보조생식술의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조군을 둔 수많은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통해 결국 침구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입증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외국의 난임치료 관련 연구현황을 고려하면, 연구자의 해명은 전혀 수긍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또 이번 연구 결과와 인공수정 임신율과 비교한 자체를 ‘넌센스’라고 평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연구자가 뜬금없이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인공수정의 임상적 임신율(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인공수정은 1시술 주기당 임신율인 반면 임상연구는 7개 월경주기 동안의 누적 임신율이다. 관찰 단위가 다른 이 둘을 직접 비교하는 간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보면 3~4개월 한방치료 후 임신 확인을 위한 관찰기간을 무려 12개월까지 두는 곳도 있다”면서 “이처럼 관찰기간이 길어지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으로 임신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1주기당 임신율이나 7주기당 누적 임신율로 단위를 일치시켜야 하며 그럴 경우 7주기 임신율 14.4%는 1주기당 임신율 1.6%에 해당한다는 게 바른의료연구소의 지적이다.

아울러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난임여성의 6~8개월 동안 자연임신율이 20~27%(Custers IM 2012, Bensdorp AJ 2017)에 달한다”면서 “이는 난임여성이라도 아무런 치료 없이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꽤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임상연구의 임신율 14.4%는 6~8개월 동안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난임 임상연구에서 드러난 한방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의 난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관련 보도자료에는 ‘인공수정 시 10~20%의 유산율을 나타냈다’고 했는데 이 연구에서는 13명의 임신 중 무려 5명(38.5%)이 유산해, 인공수정 유산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면서 “지난해 34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유산율(12.7%)보다도 무려 3배나 높다. 이는 한방치료에 사용한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에 유산을 촉진시키는 한약재가 함유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간 대한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 25~30%에 달하는 높은 임신성공률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7주기 누적임신율이 달랑 13%(최초 대상자 100명 중 13명)에 불과했다. 이 임신율은 지난 2017년과 20188년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10.5%, 11.8%와 유사한 수준으로 아주 초라한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김동일 교수의 발표와 달리 해당 임상연구가 한방난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평하며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연구는 지난 4년 동안 6억2,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세금이 투입된 임상연구임에도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를 시행하는 바람에,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면서 “임신성공률(14.4%)도 너무나 낮아, 설령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유효성이 있다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향후 의과·한의과 공동으로 더 많은 난임 여성을 모집해 대규모 임상연구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한방난임 임상시험을 지속하겠다는 건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생명윤리법의 입법목적에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연구는 임상시험이 아니라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재탕한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복지부는 그간 누누이 약속한 대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을 신속히 재검토해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의계는 한방 난임 치료 성과를 강조하며 향후 난임 치료에 대한 한의학 역할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오는 23일 오후 5시 30분부터 프레지던트호텔에서 ‘2019 한의약 난임지원사업 성과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한의협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난임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의약 난임 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활용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의협은 “한의 난임 사업을 위한 지자체들의 조례안이 꾸준히 제정되고 있고 한의 난임 치료에 대한 효과가 복지부 연구결과로 다시 한 번 입증됐다”며 “한의약 난임 치료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역할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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