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과도한 권력, 의료기관과 관계 왜곡 우려…사무장병원 근절은 의료계가 주도해야”

의료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공단 특사경은 불필요할뿐더러 절대 불가하다”면서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고발 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고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사무장병원은 각 지역에서 편법을 통해 환자를 유인하고 의료이용을 왜곡시켜 주변의 의료기관에게 피해를 끼친다”면서 “오로지 수익만을 추구함으로써 환자에게도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아 의료계 역시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건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생각이다.

의협은 “법으로 경찰이 아닌 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인정된 경우에 한한다”면서 “예를 들면 산불 등에 대응해야 하는 산림 보호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국립공원공단 임직원, 또 국가기밀을 다루는 국가정보원 직원, 경찰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선장이나 해원 등이다. 하지만 과연 건강보험공단의 사법경찰권이 이와 같이 긴급하고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이는 곧 공단이 민사적으로 공급자인 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임을 뜻한다”면서 “그런데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건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가 공단 직원에게 갑질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권까지 부여해선 안 된다는 것.

의협은 또 선의의 피해자 발생과 미진한 보상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의협은 “국회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8년간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이 의심돼 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한 요양기관 751개소 가운데 9.2%에 해당하는 69개소가 재판에서 무혐의 또는 무죄 판정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관이 문을 닫아야 했고 이에 대한 공단의 보상은 청구비용에 연 2.1% 이자를 더하는 것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에도 조사 받는 기관의 9%에서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사법경찰권까지 부여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제 및 보상방안에 대해서는 공단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고발 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고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무장병원을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게 같은 지역의 의사들인 만큼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해 전문가평가제 등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공단이 스스로 경찰권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의사단체가 의심스러운 기관을 조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행정적 지원을 해주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의료기관 개설 시 지역 의사단체에 신고를 의무화해 의료계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무장병원을 개설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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