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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주치의 손해배상 판결에 반발하는 醫

기사승인 2019.11.30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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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의협 “전문가 판단 존중 할 문제에 정치적 판단 개입…의료 현장에 또 다른 혼란 초래 우려”
전의총 “무슨 근거로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라 단정 짓나…의학적 검증 거쳐 판단해야”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에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백남기 씨 유족에게 4,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백 교수에게 배상책임이 있음을 판결한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또 다시 재판부가 전문가 판단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사망진단서는 환자의 사망원인에 대해서 그 환자의 치료를 맡았던 주치의가 의학적인 판단을 통해서 작성하는 문서”라며 “환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질병에 의한 것인지 사고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의사가 아니면 판단할 수 없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사망 원인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결국은 주치의의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치의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한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게 병의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철저히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고 존중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인 판단을 끌어들여 잘잘못을 따지면서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백 교수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재판부가 정치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백 교수의 배상책임을 허위진단서 작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의 의무 위반으로 판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재판부는 진단서 내용 자체에는 허위가 없으나, 여론과 정치권이 원하는 내용으로 진단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평했다.

병의협은 이어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의사들은 자신의 의학적 지식과 소신에 입각해 진단서를 작성해서는 안 되며, ‘주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적 여론과 정치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서 진단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라며 “이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판결이며, 사법부가 전문가의 영역까지 침해하는 월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해당 판결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와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지금도 실손 보험과 관련해 환자들의 무리한 서류작성 요구가 있는데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면 자칫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도 있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모습”이라며 “그런데 이번 판결로 인해 의사가 자신의 의학적인 소신에 의거해서 진단서를 작성해도 그 내용에 대해서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생겨 버렸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현재 많은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재판부의 경솔하면서도 정치적인 판결로 인해서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침해되고, 사회 혼란만 가중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대해서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다”면서 “사법부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존중받고 법에 의한 처벌은 최소한으로 이뤄지면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진정 건전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해당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총은 “백 교수가 사망의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것은 환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판단의 근거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많은 의문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고인의 개인정보는 공개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확한 내막을 알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 언급되지 않았던 ‘서로 연결되지 않는 4개의 골절선이 보이는 다발성 두개골 골절’이 있었다는 정보가 이번 선고를 통해 공개됐다”면서 “백 교수는 고 백남기 씨를 치료할 당시에 ‘연결되지 않는 골절 선을 가지는 다발성 골절상’을 보고 물대포가 원인일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즉, 환자 비밀 준수가 우선이었기에 백 교수가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세력들이 이러한 주치의에게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해서는 안 될 수술을 했다’거나,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서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작성했다’는 등 백 교수를 비윤리적인 의사로 매도했다”면서 “한 발 더 나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걸었다. 그리고 법원은 의학적 검증을 요청하는 피고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 한 번의 의학적 검증 없이 물대포에 의한 사망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할 것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법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냐”면서 “이러한 주장은 당시 일부의 주장이었을 뿐 의학적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만일 물대포에 의해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났다면, 세계 의학계에 증례 보고를 하고 시위에 물대포를 절대 사용하지 않도록 주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법원에서 반드시 의학적 검증을 거치고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군사독재 정권의 막을 내리게 한 6월 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용감한 부검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힘든 여정에 들어선 백 교수님께 경의를 표하며,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일에 전의총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6일 백 씨의 유족이 백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최광석 기자 cks@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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