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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에 발목 잡힌 ‘뇌수막염 신속검사’…조정 논의도 지지부진

기사승인 2019.12.03  0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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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여 적용된 후 검사 패널 공급 중단…전문학회들, ‘행위조정신청’ 했지만 9개월간 "진행 중"

“뇌수막염 신속검사법이 있다던데 어디로 가면 받을 수 있습니까?”

뇌수막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환자가 기자에게 연락을 해 왔다. 1시간 만에 뇌수막염과 뇌염의 원인을 진단하는 검사가 급여권 진입 이후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통해 해당 진단법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 환자는 뇌수막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 원인이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뇌수막염은 그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하지만 검사 결과로 원인을 확진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하루 이틀 사이에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돼 사망할 수도 있다. 이에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항생제를 먼저 투여하기도 한다.

이 환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뇌수막염 신속검사법은 건강보험이 적용된 후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핵산증폭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 PCR)로 분류되는 ‘필름어레이(FilmArray)’ 검사는 종류에 따라 일주일 이상 걸리던 뇌수막염/뇌염 원인 진단검사를 1시간으로 단축시켰다. 하지만 지난 2018년 9월 건강보험이 적용된 후 의료 현장에서 이 검사는 사라졌다.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게 원인이다. 필름어레이 검사 수가는 9만3,000원 정도다. 하지만 비오메리으(bioMérieux)코리아가 프랑스 본사로부터 필름어레이 검사 패널(키트)을 수입하는 원가가 10만원이며 공급가는 18만원이다. 비오메리으코리아는 대리점을 통해 검사 장비를 대여하고 패널을 판매하는 시스템이기에 18만원 이하로는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필름어레이 패널 공급이 끊겼고 검사할 때마다 적자를 봐야 하는 의료기관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비오메리으코리아에 따르면 필름어레이 패널 판매량은 건강보험 적용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 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0’이다. 현재 국내에는 1시간 만에 뇌수막염/뇌염 원인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의미다.

자료제공: 비오메리으

“행위조정심의 너무 더뎌”…학회들, 심의 촉구 청원

필름어레이 검사 중단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보건당국이 수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 학회들이 필름어레이 검사 수가를 조정해 달라며 제기한 ‘결정 행위의 조정신청’에 대한 심의는 9개월 동안 진행 중이다(관련 기사: 급여 후 중단된 ‘뇌수막염 신속검사’ 재개 위해 학회가 나섰다).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신생아학회, 대한소아신경학회는 지난 2월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결정 행위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으며 8월과 9월경에는 심의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필름어레이 검사를 했었던 병원들도 9월경 보건복지부에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인 뇌수막염 신속검사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가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달라”는 청원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신경학회 부회장인 양산부산대병원 남상욱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필름어레이 검사보다 더 좋은 검사는 없을 것 같다. 뇌수막염 원인균에 대한 진단까지 늦어도 2시간이면 된다”며 “환자를 더 괴롭히거나 번거롭게 하는 검사법도 아니다. 원인균을 알면 정확한 치료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뇌수막염이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애매하면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항생제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고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한두 시간 안에 원인균이 진단되면 치료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급여가 적용되기 전 우리 병원에서 필름어레이 검사를 한 환자가 100명 정도였지만 급여 적용 이후 중단됐다”며 “비급여일 때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었지만 급여 적용 후에는 패널 공급이 중단돼 오히려 검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남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행위 조정 신청도 냈지만 그 진행이 너무 더뎌 복지부에 청원서까지 제출했다”며 “환자를 위해서라도 필름어레이 검사를 진료 현장에서 빨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 “아직 의견 조율 중”…해 넘길 듯

심평원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올해 안으로 결론이 내려지긴 힘들어 보인다.

심평원 관계자는 “(필름어레이 검사가) 처음 건강보험에 등재될 때부터 1년 정도 청구량을 모니터링해서 재논의해보자고 했다”며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자료를 뽑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름어레이 검사 패널이) 한국에 공급되는 과정이 복잡해서 병원에 공급되는 실제 가격과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조정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아직은 의견을 조율 중이어서 언제까지 심의 결과가 나온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했다.

그는 “소량 수입할 때와 검사가 늘어 대량 수입할 때 가격이 다르고 대리점 운영 여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며 “업체와도 얘기해서 좋은 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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