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가르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 비판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 여파로 외과 수술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전공의들은 왜곡된 의료체계의 문제를 전공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외과 전공의들은 근무시간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수술실에서 술기를 배울 기회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련병원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주 80시간을 수련교육이 아닌 다른 업무로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0일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에 수술 급감…대기 환자들 속탄다’라는 동아일보 기사를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술공장처럼 이뤄지는 시스템에서 주치의와 집도의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하는가”라며 “과연 전공의의 삶과 인권을 갈아 넣어서 하루에 수십개씩 수술하던 시절이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외과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게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A수련병원 전공의는 “외과 전공의는 그저 수술이 좋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개인적 희생을 각오하고 소위 기피과목인 외과로 진로를 결정한 젊은 의사들”이라며 “그런 외과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수술실엔 간호사가 들어가고 반면 전공의는 수술실 밖에서 각종 잡일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하는 병원,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을 보면 전공의들은 비참하다”고 했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전공의의 혹독한 근무시간이 주 100~12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어들기 전, 대전협은 단 한 번도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에게 우리가 근무하던 시간을 대신하라고 한 적이 없다”며 “그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수련병원의 적절한 의료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외과 전공의인 박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결국 불법 의료 인력을 고용하며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에게 상태와 수술법을 설명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전공의법의 근무시간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해 서울대병원 외과 수술 건수가 지난해보다 23% 줄었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 외과의 주장이 마치 모든 수련병원 외과의 생각으로 오해 받을까봐 염려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언제까지 잘못된 현실은 바꾸지 않고 시대 흐름에서 뒤떨어져 남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잘 가르치는 병원과 수술을 공장처럼 많이 하는 병원은 분명 다르다”며 “서울대병원 외과는 이조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안전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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